'손님 줄자 백기투항'…콧대 높았던 골프장 그린피, 10만원 아래로 [권준영의 머니볼]

XGOLF 분석…10만원 미만 22.2%→34.4%, 15만원 이상 36.4%→23.9%
전체 타임 줄었는데 저가 상품 19.3%↑…골프장 ‘가격 세분화’
8월 평균 그린피, 5월보다 주중 3.6만원·주말 3.4만원↓
특가·마감 임박 예약 전환율 32%↑…가격 따지는 골퍼들
[권준영의 머니볼]은 스포츠를 경기장 안의 스코어만으로 읽지 않는다. 선수와 팬, 기업과 자본, 기술과 시장이 얽혀 움직이는 스포츠 산업의 흐름을 데이터와 수치로 들여다본다. IT·인공지능(AI) 융합부터 스포츠 금융, 생활체육, 시니어 스포츠까지 전통적인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커지는 새로운 시장을 좇는다. 숫자에 담긴 돈의 흐름을 따라 스포츠 산업의 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읽고, 그 변화가 만들어갈 스포츠의 ‘다음’을 짚는다.

 

한때는 골프장에 가려면 비싼 그린피부터 감수해야 했다. 코로나19 특수로 골퍼가 몰리면서 주말 20만원을 훌쩍 넘는 라운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2026년 골프장의 가격표가 달라지고 있다. 10만원 미만 상품은 늘어난 반면 15만원 이상 고가 타임은 줄었다. 코로나19 특수로 높아졌던 그린피가 수요 변화에 맞춰 재편되는 모습이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6일 골프 부킹 플랫폼 엑스골프(XGOLF)가 지난해 1월1일부터 9월28일까지와 올해 같은 기간 자사 플랫폼에 공개된 골프장 타임을 비교한 결과, 10만원 미만 그린피 상품 비중은 지난해 22.2%에서 올해 34.4%로 확대됐다. 1년 사이 12.1%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전체 공개 타임 물량은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10만원 미만 타임 물량은 오히려 19.3% 증가했다. 골프장들이 남은 예약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상품을 늘린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대로 고가 구간의 비중은 축소됐다. 15만원 이상 20만원 미만 타임은 지난해 23.4%에서 올해 15.5%로 7.9%포인트 감소했고, 20만원 이상도 13.0%에서 8.4%로 4.6%포인트 줄었다. 10만원 이상 15만원 미만 구간은 41.3%에서 41.7%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이를 15만원을 기준으로 묶으면 지난해와 올해의 가격 구성이 더욱 선명하게 대비된다. 15만원 이상 타임 비중은 지난해 36.4%에서 올해 23.9%로 12.5%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10만원 미만 타임보다 14.2%포인트 높았지만 올해는 10만원 미만 타임이 10.5%포인트 앞섰다. 올해 플랫폼에 공개된 타임 가운데 15만원 미만 상품의 비중은 76.1%였다.

 

수요 측면에서도 골프 시장의 변화가 나타났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24개 골프장 내장객은 4641만명으로 전년보다 2.1% 감소했다. 2022년 5058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4772만명, 2024년 4741만명에 이어 3년 연속 감소했다.

 

골프 관련 소비지출도 줄었다. 야놀자리서치 조사에서는 국내 골프 소비지출액이 2023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웨어 브랜드 PXG를 운영하는 로저나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3억원으로 전년 295억원보다 51.5% 감소했고, 매출은 1053억원에서 891억원으로 15.4% 줄었다.

 

골프장 자체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금융감독원에 실적을 공시한 골프장 15곳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9% 감소했고 평균 영업이익은 34.6% 줄었다. 평균 매출액은 98억8300만원, 평균 영업이익은 16억9600만원이었다. 국내 경기 침체와 높은 비용 부담, 해외 골프여행 증가 등이 겹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런 환경에서 골프장들은 수요에 따라 티타임별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모든 시간대의 요금을 일괄적으로 낮추기보다 예약률과 시간대별 수요를 분석해 가격을 달리하는 탄력요금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VX가 AI로 티타임별 수요를 예측해 그린피를 탄력적으로 조정한 경남의 한 골프장은 내장객이 3만3929명으로 자체 운영 때보다 46% 증가했고 연간 매출도 32% 늘었다. 반면 골퍼 1인당 평균 지불액은 9% 감소했다.

 

실제 그린피 역시 계절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전국 238개 대중형 골프장을 조사한 결과, 올해 8월 평균 그린피는 주중 13만3400원, 주말 17만9800원으로 집계됐다. 성수기인 5월과 비교하면 주중은 3만6000원, 주말은 3만4000원 낮았다. 특히 충북의 주말 평균 그린피는 16만8000원으로 5월보다 5만8000원(25.6%) 떨어져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골퍼들의 예약 행태에도 가격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엑스골프에 따르면 특가 상품과 마감 임박 티타임의 예약 전환율은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골프장 이름이나 특정 시간대를 먼저 정하기보다 비슷한 조건의 라운드를 비교해 가격과 혜택을 따져 선택하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XGOLF 통계를 골퍼들의 실제 소비 행태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분석 대상은 실제 결제가 완료된 라운드가 아니라 XGOLF 플랫폼에 공개된 전체 타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만원 미만 상품 비중이 12.1%포인트 늘었다고 해서 실제 골퍼들의 저가 라운드 이용 비중이 그만큼 증가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골프장에 공개되는 가격대와 실제 그린피, 골프장의 요금 운영 방식에서 공통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 당시 수요를 바탕으로 높아졌던 골프장 가격 구조가 예약률과 시간대별 수요, 소비자의 지불 의사에 맞춰 세분화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엑스골프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10만원 미만 그린피 타임 비중이 크게 확대된 반면 15만원 이상 가격대는 감소하는 변화가 나타났다”며 “전체 오픈 타임 가운데 15만원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3을 넘어선 만큼 골퍼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라운드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