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년 전 조선 정조대왕의 ‘을묘년 화성원행’을 재현한 ‘2026 정조대왕 능행차’가 도심을 화려하게 물들였다.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리기 위해 떠났던 장엄한 행렬이 가을 수원 도심 한복판에서 현대적 감각과 첨단 기술을 입고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6일 경기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4일 경기도, 서울시, 화성시 등과 함께 2026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행사를 열었다.
이번 능행차는 수원종합운동장을 출발해 장안문을 거쳐 행궁광장까지 이어졌다. 취타대의 힘찬 풍악 소리를 시작으로 말 60필과 1000여명의 재현 행렬이 노송지대를 지나며 웅장한 모습을 연출했다. 시민 1200여명이 퍼레이드에 합류해 수원을 찾은 수만명의 관람객과 호흡했다.
장안문과 행궁광장 일대는 역사의 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 능행차는 전통문화와 미래 첨단기술의 결합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행궁광장 특설무대에선 전통 의상인 쾌자를 입은 키 130㎝, 무게 35㎏의 휴머노이드 로봇 ‘우치봇’ 6대가 등장해 절도 있는 군무와 환영 인사를 건넸다.
일본, 캄보디아, 프랑스, 루마니아 등 해외 자매도시 대표단의 전통의상 퍼레이드와 다문화가족 공연, 국가무형유산 평택곡마단의 피날레 공연과 대동놀이가 이어지며 국경과 시공간을 초월한 통합의 장도 마련됐다.
올해 ‘정조대왕’ 역할을 맡은 시민 나광열씨는 “20년간 살아온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알리는 역할을 맡게 돼 가슴 벅찼다”며 “능행차에 담긴 정조의 소통 정신을 잊지 않고 자부심을 이어가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능행차는 11일까지 수원화성 성곽 일원에서 펼쳐지는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의 포문을 여는 행사다. 수원시는 1795년 8일간의 화성 행행(行幸)을 현대적인 고증에 맞춰 축제 기간을 8일로 편성했다.
문화제에선 ‘새빛홍민’을 주제로 30여개 고품격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야간 몰입형 콘텐츠 ‘행궁야화’, 용연을 배경으로 한 수상 퍼포먼스 ‘선유몽’, 2000명 규모의 야간 무예 공연 ‘야조’ 등이 매일 밤 수원화성의 야경을 수놓는다.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글로벌 빌리지’와 셔틀버스 운행 등도 마련됐다.
행사 당일 능행차에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이재준 수원시장, 더불어민주당 김승원·김영진·김준혁·백혜련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취타대의 힘찬 풍악과 함께 시작된 행렬은 노송지대를 지나 오후 3시쯤 장안문을 통과했다. 장안문에 들어선 행렬의 장엄한 모습에 시민들은 환호하며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사진에 담았다.
아이들과 함께 서울에서 행사장을 찾은 정모씨는 “지난해보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 늘어나 즐거웠다”과 말했다.
추 지사는 “정조대왕은 수원을 단순한 신도시를 넘어 군사·산업·과학의 거점으로 구축했던 인물”이라며 “그 비전을 되새기는 뜻깊은 축제”라고 격려했다.
이 시장도 “수원화성과 정조대왕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불멸의 역사문화 자산”이라며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 융건릉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서사를 서울과 인근 7개 도시와 협력해 세계인이 찾는 글로벌 관광 브랜드인 ‘K-컬처로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