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현재까지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두뇌 자극을 통해 속도를 늦추거나 일부 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서나 음악 감상, 십자말풀이 같은 두뇌 자극 활동이 60세 이후 떨어진 인지 기능을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팀은 검사에서 인지 기능 저하가 확인된 60∼85세 남녀 1만1500여명을 1년간 추적한 ‘액티브 브레인스’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란셋 프라이머리 케어’를 통해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일차의료 현장에서 주치의와 전문 간호사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해 지역사회에서 진행한 첫 대규모 시험이다.
◆ 세 그룹으로 나눠 1년…28%는 저하 기준에서 벗어났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무작위 분류했다.
연구 시작 시점에 참가자의 약 30%는 △퍼즐 △십자말풀이 △독서 △음악 감상 △악기 연주 △사회활동 △외국어 학습 같은 두뇌 자극 활동을 매일 하고 있었다. 1년 뒤 그 비율은 50% 이상으로 늘었다.
첫 번째 그룹은 인지 기능 검사와 두뇌 자극 활동 빈도를 묻는 설문을 받으면서 운동과 식단, 두뇌 자극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조언을 함께 받았다.
두 번째 그룹은 같은 설문과 조언에 더해 신체활동과 건강한 식습관, 두뇌 활동을 지원하는 웹사이트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세 번째 그룹은 같은 웹 프로그램을 쓰면서 전화와 이메일로 프로그램을 계속 활용하도록 지원받았다.
그 결과 1년 뒤 컴퓨터 기반 인지 검사인 ‘배들리 언어 추론 검사’를 다시 했더니, 조언만 받은 첫 번째 그룹에서도 28%가 더 이상 인지 기능 저하에 해당하지 않았다.
웹사이트를 이용한 두 번째 그룹은 경도인지장애에 해당하는 사람이 첫 번째 그룹보다 8% 적었고, 전화·이메일 지원까지 받은 세 번째 그룹은 18% 적었다.
연구를 이끈 폴 리틀 사우샘프턴대 일차의료연구 교수는 “효과가 비교적 작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큰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며 “단순한 메시지와 단순한 실천이 실제로 변화를 만든다”고 했다.
◆ 기억력만 보지 않는다…행동과 보행도 함께
치매는 기억력 저하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은 인지 기능 저하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나타날 때 치매로 진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기억력 저하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판단력과 언어능력, 공간 인지, 행동 변화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인지행동센터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우울감과 불안, 쉽게 화를 내는 증상, 망상 같은 행동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힌다.
밖에 나가기를 꺼리는 변화 역시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행동 변화 가운데 하나와 겹칠 수 있지만, 공개된 발언만으로 그 원인을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상생활 수행 능력도 함께 본다. 병이 진행하면 식사와 옷 입기, 씻기, 이동 같은 기본적인 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온다.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치매 환자의 장기요양보험 대상 여부를 판단할 때도 나이보다 실제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고 안내한다.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우면 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할 수 있다.
휠체어를 쓴다고 해서 그 이유를 모두 치매 진행으로 볼 수도 없다. 관절질환이나 근력 저하, 낙상 위험, 다른 신경계 질환 등 원인이 여럿이어서 보행에 변화가 생겼다면 원인 평가가 필요하다.
◆ 우울증·약물 부작용도 인지 저하를 부른다
치매 진단은 한 가지 검사로 결정하지 않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치매 여부와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임상평가와 신경심리검사, 뇌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치매와 비슷한 인지 저하를 일으키는 다른 질환도 있다. 같은 병원은 우울증이나 약물 부작용, 대사장애, 자가면역질환처럼 치료 가능한 원인이 인지 저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치료는 인지기능개선제와 생활관리를 함께 하고, 필요에 따라 행동·정신 증상 치료를 더한다. 영양 상태와 활동량, 수면처럼 인지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도 함께 평가하고 관리한다.
◆ 진행이 멈춘 것처럼 보여도 경과는 함께 살핀다
한편 치매 진행이 더뎌 보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수 태진아는 최근 채널 ‘미스&미스터트롯’에 공개된 영상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 중인 아내 이옥형씨의 근황을 전하며 “지금은 치매 진행이 멈춰 있는 상태다. 거의 1년째 가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아내가 휠체어를 타고 방송국에 함께 다녔지만 “요즘은 그것도 별로 안 좋아하더라. 밖에 나가는 것을 안 좋아한다”고도 했다. 태진아의 아내는 2019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족이 체감하는 변화만으로 질병 경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가 정상 인지 상태에서 경도인지장애, 초기 치매, 중등도 치매, 중증 치매로 점차 악화되는 경과를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또 진행 속도는 개인마다 다른데 일정 기간 증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약물치료나 생활관리로 악화를 늦추는 경우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알츠하이머병의 인지기능개선제가 병의 진행 자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하지만 경과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