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화석을 둘러싼 부유층의 수집 열기가 뜨겁다.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희귀 화석이 경매에 잇따라 등장하면서 공룡 화석이 미술품이나 희귀 수집품과 마찬가지로 초고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미국 소더비가 오는 27일 나노티라누스 화석 ‘조디’의 골격을 단독 경매에 부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예상 낙찰가는 600만~900만달러(한화 약 80억7000만~121억원)에 이른다.
조디는 약 6600만~6700만년 전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육식공룡이다. 2019년 미국 몬태나주에서 발견됐으며, 현존하는 나노티라누스 골격은 과학계에 알려진 기준으로 3점뿐인 것으로 전해진다. 조디는 높이 약 2m, 길이 약 6m에 달하며 거의 완전한 두개골과 골반, 넓적다리뼈 등을 갖춘 것으로 소개됐다.
나노티라누스는 오랫동안 고생물학계에서 논쟁의 대상이었다. 작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어린 개체라는 견해와 별개의 공룡이라는 주장이 수십년 동안 맞섰다. 지난해 연구진은 형태적 차이를 분석한 연구를 통해 나노티라누스가 티라노사우루스와 다른 속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번 경매가 주목받는 이유는 불과 3개월 전 공룡 화석 경매에서 기록적인 거래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소더비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화석 ‘거스’가 5010만달러(약 674억원)에 낙찰됐다. 이는 현재까지 경매에서 거래된 공룡 화석 가운데 최고가다. 약 670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거스는 높이 약 3.8m에 이르는 대형 골격이다.
공룡 화석의 고가 거래는 거스가 처음이 아니다. 2024년에는 미국 헤지펀드 투자자 켄 그리핀이 스테고사우루스 화석 ‘에이펙스’를 4460만달러(약 600억원)에 구입했다. 에이펙스는 현재 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부유층의 공룡 화석 수집은 유명 인사들의 경매 참여를 통해서도 알려졌다. 2007년에는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공룡 두개골을 놓고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억만장자와 유명인사들이 희귀 공룡 화석을 직접 소유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공룡 화석이 고가의 수집품으로 거래되면서 학계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물관과 대학이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요한 화석이 개인 소장품으로 넘어가면 연구자들의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에든버러대의 고생물학자 스티븐 브루사티 교수는 “공룡 화석이 수천만달러에 거래될 경우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연구자들도 개인 소유 화석은 소유자의 결정에 따라 박물관에서 언제든 회수될 수 있어 연구를 위한 지속적인 접근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