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씻고 남은 뿌연 물은 그냥 버리기 아깝다. 생각보다 다양한 쌀뜨물 활용법을 알아두면 집안일을 한결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쌀뜨물을 살림 곳곳에 알맞게 쓰는 요령을 알아본다.
◆ 찌개 국물에 구수함 더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에 물 대신 쌀뜨물을 넣으면 국물이 걸쭉해지고 구수한 맛이 난다. 쌀을 씻을 때 표면의 전분과 미세한 쌀겨 성분이 물에 섞여 나오기 때문이다. 쌀뜨물의 농도는 쌀의 종류와 씻는 횟수, 물의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물이 지나치게 텁텁해지지 않도록 처음에는 물과 섞어 넣고 맛을 보며 양을 조절한다.
쌀을 처음 씻은 물에는 쌀 표면의 먼지나 이물질이 섞일 수 있다. 요리에 쓸 때는 처음 씻은 물은 버리고 두 번째 씻은 물부터 받는 것이 좋다.
◆ 생선 비린내 줄이고 고등어 속 유해물질도 낮춰
생선을 쌀뜨물에 담가두면 비린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쌀뜨물의 전분 성분이 생선 표면의 냄새 성분을 흡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국제학술지 ‘Food Science &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등어를 쌀뜨물이나 사케에 담갔을 때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크게 줄었다. 과불화화합물은 탄소와 불소가 결합한 화학물질이다. 일부는 음식이나 물을 통해 몸에 들어오면 쉽게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쌓일 수 있다.
연구진은 고등어를 쌀뜨물과 사케에 각각 15분 담근 뒤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대조군과 과불화화합물 농도를 비교했다. 쌀뜨물 처리군은 대조군보다 총량이 80% 낮았고 사케 처리군은 51% 낮았다. 연구진은 과불화화합물 19종을 분석했으며 쌀뜨물 처리군에서는 그중 2종만 검출됐다.
◆ 기름때는 쌀뜨물로 먼저 닦아
기름 묻은 그릇을 쌀뜨물에 잠시 담갔다가 씻으면 기름때를 닦아내기 수월해진다.
2021년 일본 섬유제품소비과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쌀뜨물은 물보다 기름때를 잘 제거했지만 합성세제 용액보다는 세정력이 낮았다. 연구진은 지방산과 기름 성분을 묻힌 모형 오염물을 쌀뜨물과 물, 합성세제 용액으로 각각 씻어 세정력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쌀뜨물 속 전분 알갱이가 기름때 제거에 도움을 주고 단백질과 쌀겨 기름도 세정력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름 묻은 그릇은 쌀뜨물에 잠시 담가둔 뒤 주방세제로 씻는다.
◆ 김치통 냄새 빼고 뚝배기 씻을 때도
쌀뜨물의 전분은 냄새를 흡수하고 얼룩을 닦아내는 데 쓰인다. 김치나 양념 냄새가 밴 플라스틱 용기는 쌀뜨물에 담갔다가 씻으면 된다. 얼음틀도 쌀뜨물에 담가 두었다가 씻으면 얼룩과 음식 냄새를 줄일 수 있다.
뚝배기는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많아 음식물 찌꺼기가 끼기 쉽다. 따뜻한 물에 잠시 불린 뒤 수세미로 닦고 쌀뜨물로 헹구는 방법이 있다. 쌀뜨물을 뚝배기에 담아 중약불로 끓였다 식힌 뒤 깨끗한 물로 여러 번 헹구기도 한다. 쌀뜨물의 전분이 틈새의 이물질을 흡착해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 화분 물 줄 때도 쌀뜨물 활용
쌀뜨물에는 질소·인·칼륨 등 식물 생장에 필요한 성분이 일부 들어 있다. 2021년 국제학술지 ‘Pertanika Journal of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쌀뜨물을 물시금치·청경채·상추·겨자잎·토마토·가지에 주거나 다른 유기 재료와 섞어 액체비료로 쓴 선행 실험에서 생육 개선이 확인됐다.
쌀뜨물은 전분과 유기 성분이 있어 오래 두면 상하거나 냄새가 날 수 있다. 쓸 만큼만 받아 바로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