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농촌 현장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농협 조합원 대상 조사에서는 전수조사와 위반 처분 강화 등 농지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불필요하다는 응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령이 높을수록 필요하다는 응답이 줄었고, 70대 이상에서는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투기 근절을 위한 농지 관리와 함께 고령 농업인의 영농 현실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티브릿지에 의뢰해 전국 농협 조합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농업인 의견조사’에 따르면, 농지 전수조사와 농지법 위반 처분 강화 등 농지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41.5%였다. ‘필요하지 않다’는 33.5%, ‘보통’은 25.0%로 집계됐다.
농지 전수조사 등 농지 관리 강화에 대해서는 세대별 인식 차이가 나타났다. 20·30대는 50.8%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70대 이상에서는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41.6%로 ‘필요하다’는 응답(34.2%)보다 높았다. 투기와 불법 이용을 막기 위한 농지 관리의 필요성과 별개로, 정책 시행 과정에서 고령 농업인의 현실과 우려를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별로는 20·30대의 50.8%가 농지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7.4%였다. 필요하다는 응답은 40대(44.0%), 50대(42.2%), 60대(37.7%), 70대 이상 (34.2%)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졌다. 권역별로는 전남·광주·전북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50.7%로 가장 높았다.
정부는 농지 투기를 막고 실제 소유·이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6일 국무회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농지 전수조사 실시계획 보고를 받고 “농사를 안 짓는 사람은 농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경자유전 원칙을 강조했다.
농촌의 관행적 임대차와 고령화에 따른 휴경 등을 투기와 구별하는 보완책도 마련하고 있다. 당정은 지난달 21일 명백한 투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되, 투기 목적이 아닌 임대차·휴경 위반에는 자진 정비 기회를 주기로 했다. 기간 내 정비가 어려운 경우 농지은행에 임대·관리를 위탁하면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같은 조사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7.4%,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1.5%였다. 보통이라는 응답이 41.1%로 가장 많았다. 가입에 앞서 국내 농업 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은 63.2%에 달했다.
농협 개혁 과제에서는 ‘농산물 판매·유통 등 경제사업 활성화’가 5점 만점에 3.93점으로 7개 과제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합장 조합원 직선제 적용’은 ‘중요하다’는 응답이 38.8%로 ‘중요하지 않다’ 25.8%보다 13.0%포인트 높았다. 반면 ‘독립적인 농협 감사위원회 신설’은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38.5%로 ‘중요하다’ 29.5%보다 9.0%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농업인들은 무엇보다 소득과 가격 안정을 요구했다.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정책으로는 ‘농민 기본소득 보장’이 52.3%로 가장 높았다. 최저가격 보장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2.0%에 달했으며, 우선 적용해야 할 품목으로는 쌀이 69.6%로 가장 높았다.
서 위원장은 “농업인이 농사를 지어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어야 농업도 지속될 수 있다”며 “CPTPP와 농지 전수조사를 비롯한 주요 농정 현안도 농업인의 삶과 소득을 최우선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어촌 기본소득과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등 촘촘한 소득·가격 안전망을 구축하고, 필요한 입법과 예산을 통해 농업인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 위원장은 2020년부터 매년 지역별 농민 비율을 반영해 전국 농협 조합원을 대상으로 농업인의 삶의 질과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 등을 조사하는‘농업인 의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