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대통령은 어디까지 챙겨야 하나

대통령은 국정방향 정하고 집행은 장관에게
靑이 부처의 일 대신하면 정부는 약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처의 자율을 주문했다. 그런데 그 말을 꺼낸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는 3시간50분 동안 이어졌다. 대통령은 농지와 국방, 서민금융 등 여러 현안을 직접 짚었다. 회의가 긴 것이 문제는 아니다. 국정 의제를 대통령이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는 무엇을 챙기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관여하느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가 실무에서 가급적 손을 떼고 각 부·처·청이 책임지고 일해 달라고 했다. 실·국장급 이하 인사에서는 부처의 자율권을 넓히고 일부 사전 보고를 사후 보고로 바꾸며 결과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8일 기자회견에서는 “만기친람할 시간도 역량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맞는 방향이다. 청와대 참모가 부처의 일상 업무에 대한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위임의 절반이라면, 대통령이 정책의 세부 사항과 집행 방법을 장관에게 맡기는 것이 나머지 절반이다.

김호균 공공리더십 연구자 전남대 명예교수

대통령은 국정의 최종 책임자다. 국정 우선순위를 정하고 부처 간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무엇을, 왜, 언제까지 할지는 대통령이 정하고, 어떻게 할지는 장관이 판단해야 한다. 이 경계가 무너지면 장관과 고위공무원은 대통령의 판단부터 기다리게 된다. 청와대로 보고가 몰리고 장관의 책임은 흐려지며, 정부 전체의 대응은 늦어지고 정책 대안도 줄어든다. 대통령이 현안을 직접 점검하면 관료사회의 관성을 깨고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부처가 놓친 문제를 찾아 바로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 한 사람의 시간과 판단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에는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장관과 차관, 고위공무원들이 있다. 이들의 역량을 끌어내는 것도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부처에 전달하는 데 그치고 실·국장이 청와대의 눈치를 먼저 살핀다면 공직사회에 축적된 전문성을 활용하기 어렵다.

 

정부조직법은 대통령이 장관을 지휘·감독하고, 장관이 소관 사무를 통할하며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이 정한 지휘 계통은 분명하다. 부족한 것은 그 계통을 존중하는 관행이다. 책임장관제도 새로운 약속이 아니다. 역대 정부가 내걸었지만 국정은 청와대 중심으로 운영되기 일쑤였다. 선언은 매번 있었다. 제도로 굳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나.

 

첫째, 대통령은 직접 챙길 일과 장관에게 맡길 일을 구별해야 한다. 국가의 장기 방향, 안보와 국가적 위기, 여러 부처에 걸쳐 한 장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 등은 대통령이 챙겨야 한다. 개별 부처의 전문성과 법적 권한으로 해결할 일은 장관에게 맡겨야 한다. 대통령이 모든 문제의 최고 실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장관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줘야 한다. 인사와 예산을 운용할 권한 없이 조직의 성과를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다. 장관에게 맡긴 사안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셋째, 자율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권한 위임은 방임이 아니다. 대통령은 목표와 원칙을 정하고 장관에게 재량을 주되 성과를 점검해야 한다. 장관도 맡겨진 일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절차를 지키고 충분한 근거에 따라 내린 판단까지 결과만으로 문책해서는 안 된다. 실패할 때마다 문책한다면 공무원은 판단하지 않고 다시 위만 바라보게 된다. 스스로 판단할 권한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부처에 함께 있어야 행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넷째, 청와대는 세부 지시를 줄이고 전략과 조정에 집중해야 한다. 개별 부처가 풀기 어려운 문제의 해결을 지원하고, 부처 간 충돌을 조정하며, 대통령에게 필요한 정보를 올려야 한다. 청와대가 부처의 일을 대신하면 부처는 약해지고 대통령에게 일이 몰린다.

 

저성장과 인구 감소, 산업전환과 기후위기 등은 대통령 혼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역할은 역량 있는 사람을 뽑아 권한을 주고, 각 부처의 힘을 하나의 국정 방향으로 모으는 것이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직접 챙기는 것이 강한 리더십은 아니다. 무엇을 직접 챙기고 무엇을 맡길 것인지 아는 대통령이 더 강하다. 이제 이재명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대통령 한 사람의 유능함이 아니라 정부 전체가 유능하게 일하는 모습이다.

 

김호균 공공리더십 연구자 전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