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객 없이 가족끼리 추모… ‘스몰엔딩’ 뜬다 [심층기획-지자체 공영장례 현주소]

‘무빈소’ 2025년 2.5만건… 4년 새 60%↑
3일장 500만원 부담에 간소화 택해
고령화·1인가구 늘며 전 세대로 확산

대구 동구 효목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51)씨는 최근 부친상을 당한 뒤 빈소 없는 장례를 치렀다. 강씨는 고인을 안치실에 모신 후 염습과 입관, 발인 등 필수적인 절차만 가족 중심으로 이틀 동안 진행했다. 그가 무빈소 장례를 선택한 것은 현실적인 여건 때문이었다.

지난 10여년간 누적된 병원비와 간병비 지출로 경제적 부담이 컸던 상황에서 고인의 뜻과 현실을 모두 고려해 200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장례를 마무리했다. 강씨는 “상주가 조문객들을 일일이 응대하면서 겪는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소모가 없었다”며 “오히려 온전히 가족끼리만 슬픔을 나누며 고인을 깊이 추모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지 않고 조문객도 받지 않는 무빈소 장례를 선택하는 유족이 늘고 있다(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전통적인 3일장(葬) 풍경이 변하고 있다. 최근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지 않고 조문객도 받지 않는 무빈소 장례를 선택하는 유족이 늘고 있다. 무빈소 장례는 고인의 안치와 입관 절차를 거친 뒤 빈소를 차리지 않고 곧바로 화장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기존 3일장에 비해 장례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며칠 동안 조문객을 맞이하며 겪는 유족의 육체와 감정적 피로도를 줄일 수 있어서다.



6일 보건복지부가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무빈소 장례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치러진 무빈소 장례 건수는 2만5045건이다. 전체 장례의 7.1%에 달한다. 2021년 1만5672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사이 60%가량 급증했다.

전체 장례에서 무빈소 장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3년 5.7%, 2024년 6.1%, 지난해 7.1%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역별 편차가 큰데 세종과 제주,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체 장례 10건 중 1건 이상이 빈소 없이 치러지고 있다.

무빈소 장례가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부담이다. 실제로 무빈소 장례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로는 비용 절감을 꼽는다.

인천의 한 장례식장 측에 따르면 3일장 기준으로 조문객 100여명으로 추산했을 때 400만∼500만원이 든다. 장례비에서 가장 큰 비중은 절반가량의 음식값(식음료)이고 나머지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에 투입된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역시 장례 풍속도를 바꾸는 주요 원인이다. 고인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사회적 교류가 줄어들어 실제로 찾아올 조문객 수가 급감하며 1인 가구의 경우 장례를 주도적으로 치를 친인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형식적인 조문 절차에 대한 부담감에 따라 ‘스몰엔딩’ 문화가 전 세대로 확산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과거에는 빈소를 차리지 않으면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가족끼리 조용하고 엄숙하게 고인을 추모하는 것이 오히려 고인의 뜻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유족이 많아졌다”며 “실제로 무빈소 장례나 식을 대폭 축소한 스몰 장례 문의가 매년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