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 공개경쟁채용(공채) 시험’ 관련 이의 제기와 정보 공개 청구가 각 10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년 1만여명이 응시하는 소방관 신규 채용 시험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면 소방청이 시험 출제 및 검증 체계 손질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건이던 소방 공채 필기시험 응시자들의 이의 제기는 2023년 195건, 2024년 202건, 2025년엔 전년보다 3.5배 늘어난 703건에 달했다. 올해는 88건에 그쳤다. 5년간 제기된 이의 1191건 중 2022년과 2024년 1건씩만 수용돼 ‘모두 정답’ 처리됐다.
이는 다른 공무원 시험과 비교하면 많은 수준이다. 임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공무원 신규 채용 필기시험 이의신청은 순경 1·2차 공채 기준으로 2022년 5건, 2023년 4건, 2024년 2건, 2025년 53건, 2026년 1건 등 65건에 불과하다. 이 중 2022년 1건만 받아들여졌다.
소방 시험 이의 제기가 빗발쳤던 지난해엔 26개 문항에 대해 703건이 접수됐다. 소방학 개론 10개 문항·441건, 행정법 총론 2개 문항·156건, 소방 관계 법규 8개 문항·18건, 응급처치학 개론 6개 문항·88건이다.
지난해 전체 이의신청 65.9%인 463건은 3개 문항에 집중됐다. 소방학개론 21번(179건)과 24번(130건), 행정법총론 2번(154건)이다.
소방청은 필기시험 후 가답안을 공개하고 응시자들을 상대로 이의신청을 받는다. 이어 ‘이의제기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원안 답안 유지나 중복 답안 인정 등 결론을 내리고, 정답과 필기 점수를 확정한다. 지난해엔 시도 소방본부 관계자 1명, 대학 교수 11명 등 12명의 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오류 없음’ 처리됐다.
응시생들은 이 같은 이의 제기 처리 사유를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난달 23일 집계 기준 2022∼2026년 소방 채용 시험 관련 정보 공개 청구도 1022건에 달했다. 이 중 40.9%인 418건이 지난해 접수됐다. 처리 결과를 보면 △공개 773건 △비공개 127건 △취하 76건 △부존재 24건 △부분 공개 22건 순이다.
지난해 이의신청이 두 번째로 많았던 행정법총론 2번 문항 관련 정보 공개 청구는 이의 제기 기각 사유, 심의 당시 회의록 등 4건이 접수됐다. 이 중 3건은 비공개, 나머지 1건은 동일인이 똑같은 내용을 청구해 종결 통지됐다. 소방청은 정보공개법상 ‘시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정보’라고 비공개 사유를 설명했다.
문제의 행정법총론 2번 문항은 ‘행정법 효력에 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으로, 4번이 정답 처리됐는데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신 판례상 4번도 옳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이의 제기가 많았다.
눈에 띄는 점은 소방청이 이 문항에 대해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명, 변호사 2명 등 5명에게 자문을 진행한 사실이다.
소방청은 “별도의 자문 근거는 없지만 이의 제기가 많아 예산 150만원을 들여 지난해 4월 시험과 관계없는 행정법 전문가 5명에게 추가로 자문했다”며 “모두 원안 답안 유지 의견을 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 전문가는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현 시점에선 옳은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으나, 판결의 소급효(법률 효력이 요건 성립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생기는 일) 문제까지 고려하면 그 옳고 그름에 관해 상당히 복잡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4번은 옳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처럼 소방 시험의 ‘깜깜이’ 이의 제기 구조와 함께, 출제를 위한 문제 은행, 데이터베이스(DB)가 없는 점도 출제 오류 논란이 반복되는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방청은 “매 시험 과목별 전문가로 출제·검토 위원을 선정한 뒤 약 2주간 합숙하며 출제·검토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행정법 전문가로 소방 등 공무원 시험 수험생(공시생)들에게 행정법을 강의하는 유휘운(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는 “소방청이 필기시험 이의신청 기각 시 구체적 이유를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방청이 예산과 인력 측면에서 시험 출제에 전문성을 갖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다른 국가기관들처럼 (공무원 인사) 전문 기관인 인사혁신처에 위탁해 출제하는 게 본질적인 해결책이라 본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임호선 의원은 “공무원 채용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수험생 능력이 공정히 평가돼야 하는 절차”라며 “모호한 문항 출제나 일관되지 않은 심사 기준으로 인해, 수험생이 ‘준비한 만큼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이어 “소방청은 출제·검토와 이의신청 심사 절차 전반을 점검해 기준의 명확성과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논란이 집중된 문항은 시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종 판단 근거를 수험생에게 설명하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