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은 6일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 논란과 관련해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은 제청으로 모든 헌법상의 권한과 의무가 다 끝났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국정감사 선서·증언 요구에는 삼권분립과 사법독립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고, 오전 질의를 마친 뒤 감기 증세를 이유로 이석해 오후 국감에는 불참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감에서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공문에 대해 “이미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하도록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았다”며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관 공석 장기화에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과 대법관 제청을 협의해온 관행에도 선을 그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의 근거는 없지만 신속하고 원활한 임명을 위해 자진해 협력해 온 것”이라며 “협의를 안 해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사법부가 침묵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지적에는 “대법원은 누구보다 어느 기관보다 먼저 위헌적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전혀 비상계엄에 협조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선서·증언 거부와 이석을 문제 삼았고,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앉혀 질의하는 것 자체가 사법독립 침해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국회가 의결한 일반증인인 만큼 선서와 답변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그간 대법원장이 인사말 뒤 이석해온 관례를 들어 반발했다.
청와대는 이날도 재제청 요구 입장을 고수했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법원장은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인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파열음을 냈다. 외교통일위에서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규탄과 대북제재 촉구 결의안을 놓고 충돌했고, 재정경제위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산자중기위에서는 대미투자 기밀 유출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문제가 쟁점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회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허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제도 개선과 행정 변화로 연결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5년간 국감에서 반복 지적된 사안 309건의 제도·정책 개선을 완료했다는 정부 발표도 거론했다. 국회에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소모적인 정치 공세를 지양하고 생산적인 비판과 책임 있는 대안을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