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이 멈춘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국내 사형수는 52명으로 줄었고 평균 나이는 58.7세까지 올라갔다. 그 사이 시민 절반 이상은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고 필요하면 집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세계 사형폐지의 날’(10월10일)을 나흘 앞둔 6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교정시설에 수감된 미집행 사형수는 52명이다. 각각 20명과 10명의 생명을 빼앗은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강호순도 사형 집행이 유예된 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 20대는 한 명도 없다
사형 확정자의 평균 연령은 58.7세다. 60세 이상이 17명으로 전체의 32.7%를 차지한다. 60대가 10명, 70대가 7명이다.
50대가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5명, 30대가 1명이었다. 20대는 한 명도 없다.
고령화는 2년 전 자료와 견주면 뚜렷해진다. 법무부가 집계한 2024년 기준 사형 확정자는 54명에 평균 57.2세였고 60대 9명, 70대 이상 7명이었다.
2년 사이 인원은 2명 줄고 평균 나이는 1.5세 올라갔다. 당시 평균 수용 기간은 23년6개월이었다.
사형제 존폐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사이 사형수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 집행이 아니라 병으로 떠났다
2024년에는 ‘보성 어부 연쇄살인 사건’의 오종근이 지병을 앓다 8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올해 3월에도 조직원과 그의 연인을 살해한 ‘안양AP파’ 이우철이 광주교도소에서 암 투병 중 숨졌다.
1992년 강원 원주 종교시설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한 원언식(69)은 35년째 교정시설에 구금돼 국내 최장기 사형수로 이름을 올렸다.
가장 최근 사형이 확정된 인물은 2014년 강원 고성군의 육군 22사단 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한 임도빈(당시 병장)이다. 교수형이 집행되는 일반인과 달리 군인은 군형법에 따라 총살형이 적용된다.
한국은 김영삼 정부 마지막 해인 1997년 12월30일 지존파 조직원 등 23명을 처형한 뒤 한 건도 집행하지 않았다. 이에 국제앰네스티는 2007년부터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 “유지하되 필요하면 집행” 52.9%
제도가 멈춰 선 사이 시민 인식은 다른 자리에 있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5일 공개한 사형제 관련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00명 가운데 52.9%가 한국의 사형제도에 관해 “유지하고 필요시 집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처럼 법적으로는 유지하되 집행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4.3%였다. 반면 “법적으로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8.5%에 그쳤다.
이번 설문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지난달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6대 인권의제 인지도 조사 가운데 한 부분이다.
시민 대부분은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집행하지 않는 국내외 흐름을 알고 있었다. 응답자 70.9%가 세계 다수 국가가 사형제를 폐지했거나 더는 집행하지 않는 국제적 흐름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 인권보다 흉악범죄 처벌
시민들이 사형제 입장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1순위)로는 ‘흉악범죄에 대한 처벌 필요성’(26.6%)이 가장 많이 꼽혔다.
사형제의 법적 폐지를 논의할 경우 가장 먼저 검토돼야 할 사항(1순위)으로도 ‘흉악범죄 피해 예방 및 사회 안전 대책 마련’(18.3%)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대체 형벌 제도’(16.9%)가 상위를 차지했다.
반면 ‘사형수의 수감 실태와 장기 수용 문제’(8.2%)나 ‘국제인권기준과 해외 사례’(6.9%)를 꼽은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시민 다수가 사형제 논의를 인권보다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 대체 형벌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 헌재는 8년째 답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세 번째 헌법소원을 접수했으나 8년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헌법소원을 낸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법의 이름으로 집행되더라도 인간의 생명만큼은 함부로 다룰 수 없다”며 “학계에서는 이미 오랜 연구를 통해 사형제가 범죄 억제력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여러 차례 발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헌재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간의 결정을 뒤집기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지만, 합헌과 위헌 의견의 격차가 1996년 7대 2, 2010년 5대 4로 계속 줄고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형제가 위헌으로 결정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 사형 대신 “평생 가둬야 한다”
한편 지난달 30일에는 여고생 이채원 양을 성범죄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살해한 장윤기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해 유족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무기징역이 오랜 기간 사형 선고를 자제해왔던 여러 동종 선례와의 비례 균형에 부합한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사형제의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사에서 시민들이 폐지 논의의 선결 과제로 꼽은 대체 형벌과 맞닿은 주장이다.
흉악범죄를 저지른 무기징역 수형자에게 가석방 기회를 아예 차단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회와 격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법 72조에 따르면 무기수도 20년 이상 복역하면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다만 교화 가능성이 사라지고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