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 하는 게 아니라 갈 곳이 없다…쉬었음 중년 67만명, 96%가 경력자

쉬었음 중년 67만4000명…15년 새 14만5000명 늘어
상용직 비중 37.9%로…회사 사정·계약 종료 퇴직 49.1%
재취업 지원 확대 추진…기퇴직자 지원책과는 별도 운영

지난해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채 쉬고 있던 40~59세 중년은 67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6.4%는 과거 일해 본 경험이 있었다. 처음부터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보다 일하다가 노동시장을 떠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자료사진

구직이 어려워 쉬고 있다는 응답은 늘었지만 다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는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를 단순히 취업 의지가 약해진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경력과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경험이 쌓이면서 재취업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사람이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노동시장 밖의 중년들: 쉬었음 중년에 대한 탐색적 분석’은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연간 원자료를 활용했다. 분석 대상은 40~59세다.

 

2025년 쉬었음 중년은 67만4000명으로 2010년 52만9000명보다 14만5000명 늘었다. 중년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로 청년층 12.9%보다 7.9%포인트 높았다.

 

쉬었음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구직활동이나 취업 준비, 교육·훈련 등에 참여하지 않고 쉬고 있다고 답한 사람을 뜻한다.

 

쉬었음 중년 가운데 취업 경험이 없는 사람은 3.6%에 그쳤다. 직전 일자리가 임금근로자였던 비중은 2015년 79.1%에서 지난해 86.3%로 높아졌다.

 

직전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임시·일용직 출신이 48.4%로 가장 많았다. 상용직 출신 비중도 같은 기간 23.1%에서 37.9%로 늘었다. 관리자·전문가·사무직 출신 비중은 16.7%에서 25.2%로 증가했다.

 

마지막 일자리를 떠난 이유도 달라졌다. 개인·가족 사정과 육아·가사, 건강 등 개인 사유는 2015년 42.3%에서 지난해 36.5%로 낮아졌다.

 

반면 회사 휴·폐업, 사업 부진, 정리해고, 명예·조기퇴직 등 회사 사유는 31.1%에서 33.6%로 높아졌다. 계약 종료도 13.3%에서 15.5%로 늘었다. 지난해 회사 사유와 계약 종료를 합친 비중은 49.1%에 달했다.

 

일하고 싶다고 답했지만 실제 구직활동은 하지 않은 쉬었음 중년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일자리 부재와 관련된 응답이 40대 84.8%, 50대 94.4%를 차지했다.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응답과 원하는 임금·근로조건의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응답, 근처에 일자리가 없거나 찾아봤지만 구하지 못했다는 응답 등을 합친 수치다. 쉬었음 중년 전체를 대상으로 한 비율은 아니다.

 

개별 항목에서는 원하는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갖춘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40대는 31.1%, 50대는 42.2%였다. 특히 50대는 2015년 28.0%에서 14.2%포인트 높아졌다.

 

나이를 구직하지 않는 이유로 직접 꼽은 응답은 2% 안팎에 그쳤다. 연구원은 기존 경력과 새 일자리의 불일치, 임금과 근로조건, 역량과 지역 문제 등이 중년층의 재취업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쉬는 이유로 ‘구직이 어렵다’고 답한 40대는 2018년 23.1%에서 지난해 38.3%로 늘었다. 같은 기간 건강 문제를 이유로 꼽은 비중은 62.4%에서 40.2%로 낮아졌다. 50대에서도 구직난을 꼽은 비중은 25.6%에서 30.4%로 높아졌다.

 

반면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답한 비중은 줄었다. 40대는 2015년 39.5%에서 지난해 24.8%로, 50대는 26.3%에서 21.5%로 떨어졌다.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사람은 늘었는데 구직을 희망하는 사람은 줄어든 셈이다.

 

연구원은 경력과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반복된 구직 실패가 이어지면 재취업을 포기하거나 미루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쉬었음 상태가 길어질 경우 소득 공백과 경력단절이 노후 빈곤으로 이어지고 사회적 고립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7년도 고용노동부 예산안에는 ‘재취업지원서비스 기업과정’ 신설이 담겼다. 6억원을 투입해 3000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예산안은 국회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최종 규모와 사업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고용부가 지난 5월 29일부터 7월 8일까지 입법예고한 고령자고용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재취업지원서비스 제공 의무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 1000인 이상 사업주에서 2027년 하반기 500인 이상, 2029년 하반기 300인 이상 사업주로 넓히는 방안이다.

 

기업의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일정 요건을 갖춘 50세 이상 비자발적 이직 예정자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경영상 해고 등으로 퇴직 전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직예정일 다음 날부터 6개월 이내 제공할 수 있다.

 

이미 퇴직한 중년을 위한 지원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중장년내일센터의 전직지원서비스는 40세 이상 퇴직자와 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상담과 구인·구직 알선 등을 제공한다. 기업의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 확대와 이미 노동시장을 떠난 퇴직자 대상 지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연구원은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중년이 쌓아 온 경력과 역량, 희망 임금과 근로조건을 함께 고려한 재취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비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떠난 중년을 조기에 찾아 재취업과 직무전환을 지원하고,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해 구직 포기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기 전에 상담과 심리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