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 영등포구청장 “해방 후 임정요인 첫 도착한 곳… 영등포구 ‘헌법도시’로 만들 것” [서울 구청장에 묻다]

정신적 인프라로 도시발전 추진
인간 존엄과 가치 고려 명문화해
돌봄 대상 중증장애인까지 넓혀
교육격차 해소 위한 학습지원도

“영등포구는 ‘헌법도시’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어갈 것입니다.”

조유진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민선 9기 핵심 시정 철학으로 헌법도시를 제시했다. 영등포가 지닌 역사적·민주주의적 상징성과 헌정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구민이 구정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조유진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구민이 구정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영등포구 제공

조 구청장은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해방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처음 도착한 곳이 영등포구”라며 “민주화 헌법을 만들고 지켜낸 곳으로서 헌정사의 원점 도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임 후 첫 결재는 ‘영등포구 헌법도시 선언’이었다”며 “도시발전은 무형의 정신적 인프라의 뒷받침 속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헌법도시 선언은 임신과 출산, 돌봄과 교육, 주거와 복지 등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최대한 고려한다는 점을 명문화한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 사업의 목적을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거생활을 보장하는 것으로 명시하거나 복지정책 강화의 지향점을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는 식이다. 조 구청장은 “헌법이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과 목표를 담고 있는 문서”라고 부연했다.

조 구청장은 이러한 헌법 정신을 바탕으로 정책의 틀을 만들고 있다. 돌봄 대상을 어르신에서 중증 장애인까지 넓히겠다는 ‘영등포형 통합돌봄’이 대표적이다. 그는 “현재 통합돌봄은 어르신복지과 산하 돌봄기획팀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통합돌봄은 어르신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재산과 관계없이 질병·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복지·주거 등 104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영등포구는 내년부터 통합돌봄 전담부서를 신설해 보건소와 동주민센터, 의료·요양·복지기관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구에서 먼저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연결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공교육만으로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어려운 현실에 맞춘 ‘영등포형 학습지원’ 역시 평등이라는 가치에 기초한 방책이다. 사교육이 사실상 필수인 요즘 인터넷 강의와 학원 교육비 등을 지원해 경제적 여건이 교육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조 구청장은 “18개 동에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도 학업에 대한 열정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교육이 다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 가정이 겪는 문화적 차이도 헌법과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조 구청장 소신이다. 그는 “내년부터 ‘다문화 사회통합 교육 인증제’를 새롭게 도입해 다문화 가족에게 헌법과 시민의식, 기초소양, 한국어 등을 교육하고 이수 시간에 따라 단계별 인증과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구청장의 영등포 역사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집안 내력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5대째 영등포에 살아온 토박이라는 그는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영등포에 자리 잡았고 신길동에서 태어나 도림초등학교를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제 삶의 뿌리인 영등포의 역사와 저력을 잘 알고 있기에 그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해 왔다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고 미소를 지었다.

처음으로 기초단체장을 맡은 소감을 묻자 조 구청장은 “시간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게 절실하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그는 “구청장은 38만 구민을 대신해 뛰는 ‘대표 민원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구청의 권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역 현안이 많다. 그럴 때 권한이 없다고 손 놓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와 정부를 찾아가 영등포의 요구를 관철하는 것도 구청장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등포에 필요한 일이라면 정부든 서울시든 적극적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답을 얻어오는 대표 민원인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