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남정훈 기자] “K리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감독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치른 9~10월 A매치 4연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들고나온 이유다. 6일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치고도 언급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대표팀 주전으로 뛰는 선수 중에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가 거의 없는데, 대체 왜 K리그에서 많이 쓰는 포메이션이라고 4-4-2를 쓰는 걸까. 앞뒤가 맞지 않는다.
9~10월 A매치 4연전 중 2,3경기인 우루과이전 1-4 대패, 베네수엘라전 처참한 경기력으로 졸전을 거듭한 끝에 0-0으로 비겼던 모레노호가 마지막 상대인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멀티골에 무실점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력 자체는 썩 좋지 못했다. 아니 상대에게 질 뻔한 경기를 골키퍼 조현우의 신들린 듯한 ‘선방쇼’ 덕에 이겼다. 전술가형 지도자라고 데려왔는데, 전술적으로 뛰어난 면모가 보이지 않는 모레노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32위)은 6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랭킹 59위)과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모레노호는 9~10월 A매치 4연전에서 에콰도르(3-0승), 우루과이(1-4패), 베네수엘라(0-0무), 우즈베키스탄(2-0승)를 상대로 2승1무1패(6득점 4실점)를 거뒀다. 홍명보 전 감독과 함께 한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남아공 참사’로 인해 충격의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기에 언뜻 보면 9~10월 A매치 4연전은 1패만 당했기에 성공으로 보일지 몰라도, 경기 내용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모레노 감독이 마치 헌법처럼, 금과옥조처럼 고수하는 4-4-2 포메이션, 수비와 미드필더, 투톱을 일자로 세우는 이 전술이 데뷔전이었던 에콰도르전에서는 1~3선에서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며 잘 돌아갔다. 첫 경기에서 그랬다면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잘 돌아가야 하건만,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4-4-2의 약점만 부각되는 경기만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1-4로 대패한 우루과이전은 4-4-2의 약점이 극대화된 경기였다. 투톱으로 나선 손흥민과 오현규가 상대 센터백들을 적극적으로 압박했지만, 두 선수 모두 전방압박에는 특장점이 없는 선수들인 만큼 그 압박은 쉽게 풀렸다. 그리고 나선 두 선수가 적극적으로 내려와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태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보니 중원에는 단 2명만 남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휑한 한국 중원을 우루과이 미드필더들이 자유롭게 활보했고, 결국 전반에만 세 골을 먹는 굴욕을 당한 끝에 패하고 말았다.
우루과이전 대패를 교훈 삼아 투톱의 전방 압박을 다소 헐겁게 하면서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태는 전술을 가지고 나온 베네수엘라전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월드컵도 한 번도 출전해보지도 못하고, FIFA 랭킹도 15계단이나 낮은 베네수엘라는 한국의 헐거운 전방 압박을 역이용해 한국 진영에 6명을 배치하는 적극적인 전방압박으로 한국 중원과 수비진을 유린 했다.
빌드업 과정도 그리 경쾌하지 않았다. 간결하게 속도를 앞세우지도, 촘촘하고 세밀하게 상대 진영을 갉아먹으며 들어가지도 못했다. 결국 빌드업 과정에서 공을 뺏겨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기 일쑤였고, 중원에 숫자가 부족하다보니 골키퍼를 떠나 수비수를 거쳐 중원으로 볼이 이어져도 전방으로 볼이 투입되지 못해 결국 백패스로 골키퍼까지 되돌아오는 ‘U자형 빌드업’이 되풀이됐다.
앞선 세 경기에서 경직된 4-4-2 포메이션의 한계가 잇따라 지적됐지만, 모레노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또 다시 4-4-2를 들고 나왔다. 투톱의 한 자리를 오현규 대신 오현규에 비해 활동량은 더 떨어져도 제공권 장악에서 더 힘을 내줄 수 있고 전방에서 버티는 힘이 좋은 오세훈으로 바꾼 게 변화의 전부였다. 앞선 두 경기에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에서 자신의 공격적 재능을 맘껏 펼치지 못하던 이강인은 이날도 그 자리에서 나왔다. 소속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는 투톱의 처진 스트라이커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이는 이강인이지만, “소속팀에서 익숙한 곳에서 뛰게 하겠다”던 모레노 감독은 말만 그랬지 또 다시 이강인을 오른쪽 측면에 한정시켰다.
모레노 감독의 경직된 4-4-2는 이날도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다. 반면 4-3-3 전술을 기본으로 공격 때 2-3-5전술로 바꿔 공격 자원을 숫자를 크게 늘린 우즈베키스탄은 거칠지만, 빠른 공격 전개로 태극전사들의 배후 공간을 노리면서 더 위협적인 모습을 많이 만들었다. 그 결과 한국은 전반전 볼 점유율에서 43%-57%로 밀리고 슈팅 수에서도 4개(유효슈팅 3개)-4개(유효슈팅 2개)로 팽팽한 결과를 냈다. 그나마 전반 6분 손흥민이 개인기량으로 프리킥 골을 넣었기에 스코어를 앞선 게 다행일 정도였다.
모레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강인과 이재성을 빼고 송민규, 황인범을 투입하며 선수 교체를 했고, 성공적으로 통했다. 후반 15분 오른쪽 측면에서 황인범의 패스를 받은 송민규의 돌파에 이은 컷백, 오세훈의 헤더 득점은 이날 경기에서 가장 조직적인 플레이였다.
한국 대표팀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파인데도. K리그에서 많이 사용되기에 대표팀에서도 4-4-2를 쓴다는 모레노 감독. 게다가 융통성마저 부족하다. 과연 11월 A매치 2경기에서도 또 다시 4-4-2를 들고나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