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암살자(들)’ 유해진 신변보호 착수…스마트워치 지급·순찰 강화

스마트워치 지급·순찰 강화·112시스템 등록…오전엔 “요청 없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뉴시스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날 영화 ‘암살자(들)’ 주연 배우 유해진씨의 소속사로부터 신변보호 요청을 받고 안전조치에 착수했다.

 

역사 왜곡 논란 속에 유씨 자택 앞에서 보수단체 집회가 열린 지 이틀 만이다.

 

◆ 스마트워치 지급하고 112시스템에 등록

 

경찰은 유씨에게 긴급 상황에 쓸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12시스템에 등록했다. 성북구 자택 주변 순찰도 강화했다. 별도의 전담 보호요원은 배치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가 벌어진 뒤가 아니라 우려가 있을 때도 안전조치를 한다며, 이날 오후 소속사의 신청을 받고 검토를 거쳐 조치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 오전엔 “요청 없다”…반나절 만에 바뀐 상황

 

같은 날 오전까지만 해도 요청은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특별히 유해진 배우나 소속사 측에서 저희에게 요청한 바는 없고, 저희가 보기엔 현장에 특별한 문제점 없어 보인다”며 “안전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순찰 강화나 신변보호 등 상황에 따라 추가 조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 청장은 “4일 배우 집 앞에서 집회 신고를 하고 집회를 했고 특별한 문제 없이 신고된 대로 끝났다”며 “집회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관리할 것이고 배우에 대한 위협이나 협박도 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추가 조치의 조건이 같은 날 오후 충족된 셈이다.

 

◆ 집 앞 확성기에서 광화문으로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자유연대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단체 벨라도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유씨 자택으로 알려진 단독주택 앞에서 제작진과 배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50여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제작자와 배우들이 유가족과 고인에게 사과하라는 구호를 반복했고, 한 유튜버는 확성기로 유씨를 겨냥해 욕설을 섞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이 내건 요구는 △영화 즉각 상영 중단 △제작진·배우의 대국민 사과 △유족과 고인에 대한 사과 △유씨의 광고 모델 계약 철회 등이다.

 

집회는 자택 밖으로 번졌다. 벨라도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G타워 앞에서 영화 불매와 제작진의 사과를 주장하며 시위했다.

 

◆ 광고 캠페인 종료…“계약은 유지”

 

압박은 배우가 모델로 나선 기업으로도 옮겨갔다.

 

키움증권은 유씨를 모델로 한 광고 캠페인이 종료됐으며 새로운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 시기에 캠페인을 끝낼 계획이었다는 설명이다. 모델 계약 자체는 내년 4월까지로 유지된다. 유씨가 출연한 버거킹과 키움증권 광고 영상에는 항의성 댓글과 모델 교체 요구가 잇따랐고, 두 회사는 해당 영상의 댓글 기능을 제한했다.

 

신자유연대 대표는 한국 버거킹 운영사 대표이사의 자택 앞 집회를 신고하고 5일부터 31일까지 모델 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 명예훼손 고발 건은 종로서로

 

제작진을 상대로 한 고발 사건도 수사에 들어간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29일 허진호 감독과 제작사 대표, 작가 등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종로경찰서에 배당됐다.

 

정부도 앞서 같은 취지의 입장을 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관계 당국에 배우 안전 조치와 거주지 앞 위협·협박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요청했다고 밝히고,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적었다.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도 같은 날 사생활 침해와 신변 위협, 명예훼손 행위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일어난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미수와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사건을 다뤘다. 극 중 일부 인물이 중앙정보부 윗선이 배후였을 가능성을 가설로 내놓는 장면을 두고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허진호 감독은 박정희 배후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그동안 제기돼 온 의문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