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위반 5년간 3299건… ‘쌈짓돈’ 전락한 11조 원

국토부 실태감사 자료 공개… 87%는 솜방망이 지도·명령, 상시 감시망 구축 시급
아파트 단지 우편함에 꽂힌 관리비 명세서 너머로 경비원이 고지서를 넣고 있다. 최근 장기수선충당금 목적 외 사용 및 관리비 부정 집행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뉴스1

 

전국 아파트 단지에서 승강기 교체와 외벽 도색 등을 위해 적립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을 다른 용도로 유용하거나 제때 쌓지 않아 적발된 사례가 최근 5년간 33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전남 광주 서구갑)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공동주택 실태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적발된 장기수선충당금 관련 위반 행위는 총 329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기준 전국 공동주택의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규모는 11조 168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관리 소홀과 부정 집행 사례는 2021년 579건, 2022년 588건, 2023년과 2024년 각각 673건, 지난해 786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 일반 관리비로 펑펑… 4건 중 1건은 ‘목적 외 사용’

 

위반 유형별로는 정해진 용도가 아닌 일반 관리비나 경비 등으로 임의 집행한 ‘목적 외 사용’이 833건(25.3%)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법정 기준에 따른 적립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적립 미이행’도 414건(12.5%)에 달했다.

 

이 밖에도 허위 회계처리 60건, 횡령·유용 2건이 적발됐으며, 기타 관리 기준 위반은 1990건으로 조사됐다. 노후 시설의 적기 교체를 담보해야 할 자금이 단지 내 운영비 부족분을 메우는 비상금처럼 쓰인 셈이다.

 

◆ 적발돼도 87.5%는 솜방망이 처분… “사후 공시 한계”

 

위반 행위가 잇따르고 있지만 제재 수위는 턱없이 낮다. 전체 후속 조치 3283건 가운데 행정지도는 1592건, 시정명령은 1279건으로 경고성 처분이 전체의 87.5%에 달했다. 실질적 금전 제재인 과태료 부과는 408건(12.4%)에 불과했고, 수사 의뢰나 고발은 3건(0.1%)에 그쳤다.

 

현재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을 통해 월별 부과·사용 내역과 입찰 정보가 공개되고 있으나, 사후 점검 방식으로는 사전 부실 집행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의원은 “장기수선충당금을 개별 단지의 ‘사적 자치’라는 핑계로 방치한다면 입주민 피해와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금 입출 내용을 사후 공시하는 수준을 넘어 적립 기준 준수부터 장기수선계획 수립 등 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국토부 차원의 상시 감시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