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다리 통증 시달린 세종대왕’…강직성 척추염, 꾸준한 관리 중요

허리 통증으로 몸을 굽힌 채 책상을 짚고 있는 세종대왕의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허리와 등이 굳고 꼿꼿하여 굽혔다 폈다 하기가 어렵다.” - ‘세종실록’ 17년 4월 1일

 

1435년 음력 4월 1일, 명나라 사신을 배웅하는 잔치를 위해 태평관을 찾은 세종은 도승지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알렸다. 궁궐을 나설 때만 해도 잔치를 주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몸이 도저히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세종은 궁으로 돌아갔고, 잔치는 진양대군이 대신 맡았다. 세종실록은 당시 세종의 허리와 등 불편함이 공식 행사를 직접 주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전한다.

 

한글을 창제하고 다양한 국가 정책을 추진한 세종대왕은 재위 기간 허리와 다리 통증 등 여러 신체적 불편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종실록에는 다리 통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온천욕을 한 뒤 등 통증이 완화됐다고 회고한 기록도 남아 있다.

 

이 같은 기록을 오늘날의 의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강직성 척추염을 떠올릴 만한 대목이 있다. 다만 당시 기록만으로 세종이 실제 해당 질환을 앓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글날을 맞아 세종의 건강 기록을 통해 강직성 척추염의 증상과 치료, 관리법을 살펴본다.

 

◆ 허리·다리 통증 겪은 세종대왕…온천욕 후 통증 완화 기록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대왕이 젊은 시절부터 신체적 불편을 겪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세종은 22세 무렵부터 몸의 불편함을 호소했으며, 1418년에는 오른쪽 다리 통증과 관련한 기록도 확인된다.

 

세종은 1439년 음력 7월 4일 자신의 건강 상태를 언급하면서 과거 다리 통증으로 의원의 치료를 받은 뒤 증상이 나아졌다고 회고했다. 또 1433년 온천욕을 한 뒤 반복되던 등 부위 통증이 완화됐다는 취지의 기록도 남겼다. 다만 일부 부위의 부종과 통증은 지속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증상은 오늘날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과 일부 유사하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와 천장관절을 중심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허리나 엉덩이 부위에 통증과 뻣뻣함이 나타날 수 있으며, 염증이 다른 관절에도 영향을 미치면 무릎이나 발목 등에서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허리를 굽히거나 걷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세종대왕 어진과 조선왕조실록 ‘세종장헌대왕실록’.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다만 세종대왕의 통증을 강직성 척추염으로 해석하는 것은 현대 의학적 관점에 따른 추정에 불과하다. 당시 기록에는 현대적인 진단 검사 결과가 남아 있지 않은 만큼 특정 질환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세종대왕이 운동을 즐기지 않았다는 기록 역시 질환 때문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온천욕 후 통증이 완화됐다는 기록도 눈길을 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근육의 긴장이 줄어들고 관절의 뻣뻣함이나 통증이 일시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온천욕만으로 강직성 척추염의 염증을 조절하거나 질환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약물치료와 운동 병행…한의통합치료 관련 연구도 보고

 

강직성 척추염은 증상과 병력, 혈액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필요에 따라 척추와 천장관절의 엑스레이(X-ray)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해 관절의 변화와 염증 여부를 확인한다.

 

치료에서는 염증과 통증을 조절하는 약물치료와 규칙적인 운동, 재활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의 유연성과 척추 움직임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신체 활동과 스트레칭을 이어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 원장이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추나요법 치료를 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한의통합치료와 관련한 연구 결과도 보고돼 있다. 자생한방병원 연구진이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44일간 한의통합치료를 시행한 뒤 요통 정도를 평가하는 수치평가척도(NRS)가 감소했다. 염증 관련 지표인 적혈구침강속도(ESR)는 치료 전 13에서 치료 후 10으로, C반응성단백질(CRP)은 1.39에서 0.84로 각각 낮아졌다.

 

또 다른 증례 연구에서는 천장관절염과 고관절 활막염을 동반한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한의통합치료를 시행한 뒤 다리 통증을 평가하는 NRS와 하지직거상검사(SLR) 결과가 개선된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개별 환자 또는 제한된 사례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인 만큼 모든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증상과 질환 상태를 고려해 의료진과 상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

 

◆ 증상 완화돼도 꾸준한 관리 필요…운동·치료 이어가야

 

강직성 척추염은 만성 염증성 질환인 만큼 통증이 줄었다고 해서 관리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척추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과 관찰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거나 신체 활동이 부족하면 관절의 뻣뻣함이 심해질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스트레칭과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 통증이 지속되거나 악화할 경우에는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만성 질환은 증상 완화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운동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