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 빵·버거·어묵이 따라온다…유통업계 러닝족 잡기 경쟁

서울숲을 1.4㎞ 달리면 스마트폰 지도 위에 식빵 한 조각이 완성된다. 완주한 뒤 빵집에 가면 식빵 대신 파이와 단백질 음료를 받는다.

 

매일유업 엠즈베이커스 제공

러닝 열풍을 타고 유통업계의 마케팅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마라톤 대회에 생수나 음료를 협찬하는 데서 벗어나 브랜드 이름을 딴 코스를 만들고, 직접 대회를 열거나 매장 방문까지 연결하는 체험형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 관계사 엠즈베이커스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밀도는 오는 31일까지 서울 성수점에서 '서울숲에서 식빵런하고, 밀도로' 이벤트를 진행한다.

 

서울숲역에서 출발해 서울숲 외곽과 산책로를 따라 약 1.4㎞를 달리는 코스다. GPS 러닝 앱으로 기록하면 지도 위에 식빵과 비슷한 모양의 이동 경로가 만들어진다.

 

최근 러너들 사이에서 GPS 이동 경로를 이용해 지도에 그림이나 글자를 만드는 '스케치런' 또는 '아트런'이 확산하는 데서 착안했다. 짧은 거리와 평지 위주 코스로 만들어 기록 경쟁보다 가볍게 참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가자는 식빵런 코스를 한 바퀴 이상 달린 뒤 인증 화면과 밀도 성수점 외벽 포스터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면 된다. 당일 기록에 한해 하루 선착순 30명에게 밀도 '하트 팔미에' 1개와 매일유업 '퓨어틴' 초코 또는 커피 쉐이크 330mL 1개를 준다.

 

퓨어틴은 매일유업이 지난 7월 출시한 단백질 음료다. 국산 우유를 농축한 원료를 사용하며 330mL 한 팩에 단백질 23g이 들어 있다.

 

밀도는 SNS 인증 참여자 가운데 10명을 추가로 뽑아 리치식빵도 제공한다.

 

업계가 러닝을 활용하는 방식은 한층 커지고 있다.

 

롯데GRS는 지난 4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2000명이 참가하는 5㎞ 러닝 페스티벌 '2026 리아는 배불런'을 열었다.

 

단순히 로고를 노출하는 후원 행사가 아니다. 참가자들이 어린이대공원 안에서 5㎞를 달리고 롯데리아 먹거리와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참가비는 정상가 기준 5만원으로 책정됐다.

 

러닝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 콘텐츠로 만든 셈이다.

 

롯데웰푸드 역시 올해 아이스크림 브랜드와 러닝을 결합한 행사를 진행하는 등 식품기업들이 제품을 직접 맛보는 체험과 러닝을 결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식품업계가 기존 마라톤 협찬에서 벗어나 자체 행사를 열고 브랜드를 체험하게 하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진어묵은 지역과 매장을 러닝 코스에 직접 넣었다.

 

삼진식품이 운영하는 '삼진어묵 THE WAVE 광안'은 지난달 러닝 전문 브랜드 레이스먼트와 함께 러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오전 7시 레이스먼트 해운대점에서 출발해 해안 코스를 따라 광안리까지 달린 뒤 삼진어묵 매장에 도착했다. 러닝이 끝난 뒤에는 매장과 제품을 체험하고 SNS 인증에도 참여했다.

 

삼진어묵은 어묵을 단순 간식에서 수산단백질 기반 식품으로 확장하려는 브랜드 전략과 러닝을 연결했다. 광안리 매장 자체도 제품 판매점보다는 지역 특성과 협업, 체험형 프로그램을 결합한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동 전후 섭취하는 제품을 가진 기업에는 러닝 인기가 곧 체험 마케팅 기회다.

 

일동후디스는 지난 5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2026 나는 솔로런'을 공식 후원했다. 약 9000명이 참가한 10㎞ 대회에서 하이뮨 '아미노포텐 파워젤'을 출발 전 홍보 부스와 코스 내 식수대에서 참가자들에게 제공했다.

 

제품을 별도 시식 행사에서 나눠주는 대신 실제 달리면서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에 직접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현장에서는 러너팩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업계의 러닝 마케팅은 기존 생수·이온음료 후원을 넘어 에너지젤과 단백질 음료, 베이커리와 외식 브랜드까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올해 9월에만 일화가 세 개 마라톤 대회에 음료와 생수 약 3만6000병을 지원하는 등 러너를 겨냥한 식품업계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공통점은 제품을 광고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코스를 달리고, 매장에 들어가고, 제품을 먹고, 다시 SNS에 기록을 남긴다.

 

러닝 인구가 커지면서 '무엇을 파느냐' 못지않게 '어디서 어떻게 경험하게 하느냐'가 식품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경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