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넘은 장기수선충당금’ 관리 구멍…5년간 위반 3299건, 87.5%는 ‘지도·시정’

장충금 11조 1680억…5년간 위반 35.8% 증가
목적 외 사용 833건·적립 미이행 414건
과태료 12.4%…수사의뢰·고발은 단 3건
지자체 “조사에 시간·행정력 필요”

전국 공동주택에 쌓인 장기수선충당금이 11조원을 넘어섰지만 최근 5년간 관련 위반은 3300건 가까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이후에도 10건 중 9건은 행정지도나 시정명령에 그쳤다. 장충금 사용을 둘러싼 민원이 나와도 인력과 예산 문제로 지방자치단체가 곧바로 조사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전국 공동주택 실태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장기수선충당금 관련 위반 행위는 총 3299건 적발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579건에서 2022년 588건, 2023년과 2024년 각각 67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786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35.8% 증가했다.

 

적발 이후 조치는 대부분 행정지도나 시정명령에 그쳤다. 최근 5년간 후속조치 3283건 가운데 행정지도가 1592건(48.5%), 시정명령이 1279건(38.9%)으로 전체의 87.5%를 차지했다. 과태료 부과는 408건(12.4%)이었고 수사의뢰·고발은 3건(0.1%)에 불과했다.

 

지난 8월 서울 도봉구 창동주공4단지에서는 한 소유주가 방수공사 관련 소송 패소에 따른 배상금이 지난해 1월 장충금에서 지급됐다며 목적 외 사용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민원을 냈다. 도봉구는 장충금 사용처와 의결·회계처리 과정 등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즉시 현장조사에 나서는 데는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봉구는 “관련 분야 전문가의 참여와 상당한 조사기간 및 행정력이 필요하다”며 감사 일정과 가용 예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단지에서는 18억4000만원 규모의 개별난방 전환 공사를 놓고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소유주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일부 동의서가 대리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사무소 측은 동의서를 위조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장충금 관련 위반 가운데는 정해진 용도가 아닌 곳에 쓴 ‘목적 외 사용’이 833건(25.3%)으로 가장 많았다. 규정된 금액을 제대로 쌓지 않은 ‘적립 미이행’은 414건(12.5%), 허위 회계처리는 60건(1.8%)이었다. 횡령·유용도 2건 적발됐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승강기 교체나 외벽 도색, 노후 배관 교체 등 아파트 주요 시설을 보수·교체하기 위해 소유자가 부담하는 돈이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공동주택에 적립된 장충금은 11조1680억원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관리비와 별도로 적립하고 장기수선계획에 맞춰 사용해야 한다.

 

조 의원은 “장기수선충당금은 입주민들이 노후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모은 소중한 자산”이라며 “적립 기준 준수부터 장기수선계획 수립, 입찰·계약, 실제 시공 결과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국토부 차원의 상시 감시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