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권혁, 15년 만에 4000억원 납부한다… 국세청, 해외 공조 결실

권혁 시도그룹 회장. 뉴시스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5년 간 납세 의무를 회피했던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약 4000억원에 달하는 체납액을 완납하기로 했다. 국세청이 라이베리아 등 해외 과세당국과 적극적인 정보교환을 통해 선박 현황을 파악하는 등 다각도로 압박한 끝에 권 회장으로부터 완납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국세청은 올해 1월 해외자금추적팀을 시작으로 고액체납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고액 체납자의 해외은닉재산을 추적한 결과, 이런 성과를 올렸다고 7일 밝혔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렇게 많은 체납 세금을 납부한 것은 국세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앞으로 국세청은 조세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체납 재산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숨길 수 없도록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 7월 1000억원을 현금으로 납부하는 등 개인 체납액 3938억원 완납 계획을 밝혔다. 남은 체납액에 대해선 납부계획 제출과 함께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했다. 납세자 명의로 된 국내 재산이 없는 상태에서 국세청이 해외 소재 선박을 담보로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세청은 해외 선박에 대한 첫 담보물 제공이란 점을 감안해 감사원의 적극행정 면책 관련 사전컨설팅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이 세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제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되는 법인들의 체납지정액까지 포함하면 총 체납액은 7902억원이다. 국세청은 권 회장이 개인체납액을 완납하면 법인들의 체납의무를 포함한 전체 체납액이 소멸된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확보한 선박의 담보 가치는 권 회장의 개인체납액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충선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국세청이 간이평가한 내용이 권 회장의 체납액을 초과한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활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임 청장은 고액체납 대응 성과 중 하나로 최고액 체납자인 '선박왕' 권혁 회장이 체납 후 15년 만에 체납액 3천938억 원 전액을 완납하기로 한 사례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권 회장은 1990년 선박관리업체인 시도물산을 설립한 이후 한국 일본 홍콩 등에서 사업을 확장해 ‘선박왕’으로 불린 인물이다. 국세청은 권 회장이 한국에 실질적인 사업 생활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것처럼 세금을 회피했다고 판단, 2011년 종합소득세 등 4101억원의 추징금을 통보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금 납부를 회피하며 국세청과 소송전까지 벌였다. 이후 대법원은 권 회장의 과세 부과가 적법하다며 최종적으로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청은 권 회장 선박과 관련한 정보를 갖고 있는 라이베리아, 파나마 등과 징수공조·정보교환을 확대한 끝에 완납 의사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임 청장은 “(권 회장) 선박의 선적이 주로 있는 나라가 편의치적국(국제 운항상 이점이 많아 선적을 두는 국가)이라고 해서 라이베리아와 파나마다. 제가 두 분 청장을 초청하고 친서도 보냈다. 거기서 많은 대화의 진전이 있었고, 실무적인 성과가 많이 있었다”면서 “어떤 배가 어떻게 있는지를 우리가 현황을 파악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적극적인 협조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세금 관련)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면서 세금 완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TF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적 징수 성과가 중장기적 성과로 이어지게 해 체납자가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재산을 숨길 수 없도록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추적해 반드시 징수하겠다”면서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공정한 세정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