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미사주 자리 지켜온 마주앙의 은퇴

국내 포도 재배 감소 등 불가피한 영향 탓
호주'세븐힐' · 伊'알라냐 비니' 포도주 선정

반세기동안 우리나라 천주교의 공식 미사주 자리를 지켜온 국산 포도주 마주앙이 그 영예를 내려놓는다. 국내 포도 재배 면적 감소 등의 불가피한 상황 변화 때문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26년 대림 시기(성탄절 전 4주간)부터 한국 천주교회 모든 미사 전례 때 사용할 미사주로 호주 '세븐힐'과 이탈리아 '알라냐 비니' 포도주를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주교회의는 오는 19일 주류 유통기업인 동원와인플러스와 미사주 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새 미사주. 호주 ‘세븐힐’(왼쪽)과 이탈리아 ‘알라냐 비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지난 50년간 한국 천주교회의 미사주는 국산 '마주앙'이었다. 1970년대까지는 교구별로 미사주를 수입해 사용해오다 주교회의가 안정적인 미사주 수급을 위해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을 통해 국산화를 추진했다. 포도 재배와 생산시설 확보, 기술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 두산주류BG의 전신인 동양맥주가 1975년부터 미사주를 생산해 전량 교회에 봉헌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후 1977년 9월 정식 계약을 거쳐 '마주앙 미사주'를 전국에 보급해왔다.

 

2009년 두산주류BG의 주류 사업 매각 이후엔 롯데칠성음료가 지금까지 미사주 보급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국내 포도 농가의 고령화와 재배 면적 감소, 품질 문제 등으로 미사주의 품질 유지와 공급에 차질이 있었다. 특히 생산공장의 이전 등으로 올해 말까지 기존 재고를 소진한 후에는 수입 미사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고 주교회의는 설명했다.

 

이에 주교회의는 지난해 미사주품질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고품질 미사주 수입을 추진했다. 4개국 주교회의의 추천과 실사 등을 거쳐 호주 예수회가 클레어밸리에서 운영하는 '세븐힐'과 교황청 공식 미사주 가운데 하나가 생산되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알라냐 비니' 제품을 선정했다.

 

미사주 수입과 공급은 동원와인플러스가 맡고, 주교회의는 미사주 성분 검증과 전례적 인준, 품질 감독을 담당하게 된다. 새 미사주는 대림 시기부터 전국 본당에 보급되며, 시중 유통은 금지된다. 주교회의는 "1977년 마주앙 미사주 도입 이래 긴 세월 어려운 여건 속에도 성찬례의 거룩함을 지킬 수 있도록 헌신해 준 제조사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두산주류BG와 롯데칠성음료에 각별한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