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왜 어깨를 두드리면 안 돼?

상대방이 어떤 어려움을 겪으면 주위 사람들은 그 사람을 격려해 주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잘될 거야, 힘내!’ 식으로 말하고, 이 말에 어울리는 동작도 한다. 그런데 이 동작은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격려의 말은 ‘꼬렌’인데, 이 말은 영어의 ‘파이팅’과 비슷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두 주먹을 살짝 들어 올렸다가 내릴 수 있다. 가까운 친구나 동료는 등을 가볍게 두드릴 수 있으나 어깨는 절대 치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 사람들은 상대방을 격려할 때 상대방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 어깨를 두드리는 사람은 대개 부모, 상사, 교사 등 윗사람이다. 그렇다면 베트남 사람과 한국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할 때는 어떻게 될까?

베트남에 처음 나간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서 심한 노사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이 갈등의 원인 중 하나는 한국 고용자가 베트남 노동자를 한국 노동자처럼 대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고용자가 “이번 주말까지는 일을 마쳐야 해요. 오늘 좀 더 열심히 일합시다”라고 말하며 노동자들의 어깨를 툭툭 칠 수가 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이렇게 하면 큰일 날 수 있다. 그들 중 일부는 “한국인에게 맞았다!”고 말하며 문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엄청난 문화적 차이다. 한국에서는 어깨를 툭툭 치는 것이 격려이지만 베트남에서는 다른 사람을 때리는 폭력과 같은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어깨동무나 어깨에 손을 대는 것을 삼가야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자기의 어깨에 자기를 보호해 주는 수호신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베트남 여행안내서는 베트남에서는 아는 척한다고 다른 사람의 어깨에 손을 대거나 길을 묻기 위해서 어깨를 툭툭 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심하면 얻어맞을 수도 있다고까지 경고한다. 그러니 길을 같이 걸어갈 때도 어깨를 부딪치지 않도록 아예 조금 떨어져서 걷기를 제안한다.

장한업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베트남에서 어깨를 치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은 머리를 툭툭 치는 것이다. 몇 년 전 베트남을 여행하던 일본 관광객은 식당에서 이렇게 하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 그는 한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생각보다 빨리 나오지 않자 종업원을 재촉했다. 그런데 그 종업원은 무슨 말인지 몰라 일본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에 일본인은 “야! 음식 빨리 가져오지 않고 뭘 쳐다봐!”라며 종업원의 뒤통수를 가볍게 쳤다. 얼마 후 음식이 나왔고 일본인은 식사를 시작했다. 바로 그때 등 뒤에서 ‘탕탕’하는 권총 소리가 들렸다. 뒤통수를 맞고 화가 난 종업원이 자기 집에 가서 권총을 들고 온 것이다.

다시 어깨를 두드리는 이야기로 돌아가서,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 자기들의 어깨를 툭툭 쳐도 그것은 격려의 의미이니 처음부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베트남 사람들이 자기들의 어깨에 수호신이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의 어깨를 함부로 치지 않는 게 좋겠다.

이처럼 똑같은 동작이나 행위도 문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동작의 자의성’이라는 말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 말은 ‘언어의 자의성’을 본떠 만든 말인데, ‘언어의 자의성’이란 언어의 형식(음성이나 형태)과 내용(의미) 사이의 관계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속으로 맺어진 관계를 말한다. 오늘 다룬 어깨를 툭툭 치는 행위도 문화에 따라 임의로 해석될 수 있는 ‘동작의 자의성’의 한 예이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