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국제재판소·한국 시민… 올 노벨평화상은 누구? [노벨상]

후보 287건 접수… 9일 발표

노벨위, 후보명단 50년간 비공개
추천인 측 발표로만 일부 알려져
사무총장 “국제 질서 방향 주시”

예측가 ‘ISS운영 국제협력체’ 점쳐
다국적 우주기관 참여 주목한 듯
계엄 평화적 저지 ‘한국 국민’ 화제
美관세 맞선 加 카니 총리도 거론
‘이란전’ 트럼프, 수상 가능성 미미

전쟁과 분쟁으로 얼룩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발표된다.

 

국제우주정거장(ISS), 국제재판소, 구호단체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국인으로는 계엄을 막은 대한민국 시민 전체와 종교지도자인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후보로 추천됐다.

2024년 9월 25일 노르웨이 노벨연구소에 노벨평화상 메달의 앞면과 뒷면 복제품이 전시돼있다. AFP연합뉴스

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노벨위원회에 접수된 평화상 후보는 287건으로, 개인 208명, 단체 79곳이다. 위원회는 후보 명단을 50년간 공개하지 않아, 추천 사실은 추천인 측 발표로만 알려진다.

 

수상 예측가로 알려진 호콘 옐뢰우 오슬로평화연구소 소장은 ISS를 운영하는 국제협력체를 후보로 꼽았다. 다자주의가 무너지고 각국이 자국 이익으로 움츠러드는 시기에 보기 드문 국제협력의 상징이라는 이유다. 여기에는 미국·러시아·일본·캐나다·유럽연합(EU) 등의 우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소 목록에는 우크라이나 아동 권리 활동가 미콜라 쿨레바와 세이브더칠드런, 내전 중인 수단의 풀뿌리 구호 네트워크 ‘긴급대응실(ERR)’, 언론인보호위원회(CPJ)도 포함됐다. CPJ 추천은 지난 2년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언론인 사망자가 나온 상황이 반영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로 평가가 엇갈리는 국제형사재판소(ICC)도 국제사법재판소(ICJ)와 함께 공동 후보로 거론됐다.

수상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파키스탄·캄보디아 지도자들이 그를 추천했다고 밝힌 만큼 후보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2월 이스라엘과 함께 시작한 이란 전쟁이 이어지면서 수상 가능성은 작게 점쳐진다. 숀 데이비스 웁살라분쟁데이터프로그램(UCDP) 선임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 끝없는 전쟁처럼 보이는 상황에 갇힌 만큼 그의 지지층조차 수상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문제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 온 카니 총리도 후보로 거론된다. 넬슨 와이즈먼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누가 상을 받든 트럼프는 불만일 것”이라며 카니 총리가 받으면 미·캐나다 관계가 더 험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AI) 위협과 전쟁을 비판한 교황 레오 14세,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도 후보로 거론된다. 여성 후보로는 가자지구 외과의사 사라 알사카, 고(故)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인 러시아 야권 인사 율리아 나발나야 등이 예측시장에서 이름이 오르내린다.

 

국내에서는 12·3 비상계엄을 평화적으로 저지한 ‘대한민국 시민 전체’가 후보로 추천돼 눈길을 끈다. 세계정치학회(IPSA) 전현직 회장인 해외 정치학자 3명이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제안을 받아 추천서를 냈다. 이들은 이른바 ‘빛의 혁명’을 전 세계적 독재화 흐름 속에서 시민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모범 사례로 평가했다. 한 총재도 얀 피겔 전 EU 종교·신념의 자유 특별특사가 추천했다고 가정연합 측이 밝혔다.

크리스티안 베르그 하르프비켄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위원회가 혼란 속에 재편되는 국제질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르프비켄 사무총장은 “지금의 전환기 속에서 노벨이 유언에서 정한 바로 그 목표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구와 이니셔티브, 일하는 방식을 개척하는 이들이 있다면 당연히 위원회가 찾는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상은 걱정하지 않지만 세계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화상은 1895년 스웨덴 산업가 노벨의 유언에 따라 ‘국가 간의 우애 증진, 상비군 폐지 또는 감축, 평화 회의의 설립과 촉진을 위해 가장 많이 또는 가장 훌륭하게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