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최대 경쟁사인 AMD의 최고경영자이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여왕’으로 불리는 리사 수 AMD 회장이 7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수 회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한 뒤 한국 내 AI 연구거점 설립 계획을 포함한 투자 방안을 구체화했다. 또한 국내 대표 AI 반도체 기업들과 만나 AMD의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와 국산 AI 반도체를 결합한 이(異)기종 AI 인프라 구축에 함께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류제명 2차관과 리사 수 AMD 회장이 면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계기로 과기정통부와 AMD가 체결한 업무협약(MOU)의 후속조치로 마련된 자리다. 면담에서 양측은 AMD AI연구센터(CoE) 연내 설립과 AI·인공지능전환(AX) 분야 대학원 인재 양성 등 기존 협력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레퍼런스 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수 회장은 CoE 설립 계획을 구체화하며 “AI 기술 고도화는 물론 한국의 AI 생태계 지원에도 기여하기 위해 AI 연구원 수 100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대 AI연구소와 체결한 MOU 등 산학협력 계획도 소개했다. 류 차관은 MOU 체결 이후 AMD가 약속한 사항들을 신속하게 이행하고 있다며 감사를 표한 뒤 “개방형 AI 컴퓨팅 생태계 조성은 한국 산업계와 정부, AMD가 공감하는 방향”이라며 협력 확대를 요청했다.
이어 국내 AI 반도체와 AI 생태계 기업들이 AMD 최고경영진과 직접 만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간담회도 열렸다. 퓨리오사AI, 하이퍼엑셀, 딥엑스, 업스테이지를 포함한 국내 대표 AI 기업 13개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AMD의 CPU·GPU와 국산 AI 반도체 간 연계 방안을 비롯해 오픈소스 기반 AI·고성능컴퓨팅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ROCm’ 생태계 참여 방안 등을 집중 문의했다. 동시에 국내 AI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 방안과 각사의 기술·서비스를 AMD의 글로벌 AI 생태계와 연계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발표했다. 수 회장은 “한국이 AI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국내 우수 기업들과 AMD가 함께 새로운 협력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수 회장은 국내 주요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영진도 잇달아 만났다.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 등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과 회동하고 만찬을 함께했다. 김재준 DS 부문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실장과 조상연 DS 미주총괄 법인장이 1층에서 수 회장을 마중 나와 안내했다. 수 회장은 지난 3월에도 방한해 전 부회장,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등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생산라인 등을 둘러본 바 있다. 수 회장은 전 부회장과 회동 전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수 회장이 바쁜 일정에도 국내 반도체 양강을 모두 만난 배경에는 급증하는 AI 가속기 수요가 있다. AI를 구동하기 위한 고성능 컴퓨터의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고성능 메모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양사를 찾은 것이다. 실제로 수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관계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우리의 매우 중요한 공급망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과 SK하이닉스로부터 큰 지원을 받고 있다”며 “HBM 협력을 한 세대가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 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HBM4 공급을 받기 시작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 차세대 (AI 가속기) MI455와 헬리오스 시스템 출하를 시작했다”며 “모두 HBM4 시스템”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