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커지는 통일무용론

2030 면접조사서 ‘통일 필요’ 20%대
‘불필요’ 40%대… 당위론 한계 직면
청춘장병 위협 없도록 긴장완화 시급
청년 중심 민간교류로 北대화 돌파구

‘통일무용론’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일로다. 최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도발을 둘러싼 북한 측의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고 있자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고, 사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성인 70%가량은 북한에 관심을 아예 끄고 산다는데,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자’는 호소가 먹힐 리도 만무해 보인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6 통일의식조사’(7월1∼26일 성인 1200명 면접조사) 결과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9.0%에 그쳐 2024년 36.9%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32.2%로 높아져 2007년 첫 조사(15.1%)와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가까운 미래 통일무용론이 추월할 판이다. ‘대화·타협 불가능’ 78.3% 등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튿날 통일연구원이 공개한 ‘통일의식조사 2026’(4월2∼24일 성인 1003명 면접조사)에서도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8.2%로, 작년(49.0%)에 이어 50%를 밑돌았다. ‘북한에 관심이 없다’는 70.3%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황계식 논설위원

미래세대인 청년층이 부정적 인식을 주도하는 현실은 통일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서울대 조사 결과 ‘통일 필요-불필요’ 응답은 20대에선 25.2%-44.8%, 30대에선 27.0%-47.0%로 큰 격차를 보였다.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분단된 ‘현재대로가 좋다’와 ‘통일에 관심이 없다’를 합친 비율은 20대 55.1%, 30대 55.9%였다. 통일연구원 조사에서도 밀레니얼(만 24∼33세) 및 Z세대(만 23세 이하)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0%대에 그쳤다.

 

통일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이루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지만 청년들에겐 ‘감정적 강요’일 뿐 팍팍한 삶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천문학적 재정이 소요될 미래 통일비용은 세금 부담, 복지 축소 우려만 키운다. 통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조차 찾아보기 힘든 마당에 당위론을 앞세운 교육이나 홍보로 청년을 설득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거창한 담론보다 호감을 높일 묘안이 있어야 하겠다.

 

DMZ 내 지뢰 폭발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시점이다. 무엇보다 청춘을 바쳐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이 군사적 충돌로 생명을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긴장 완화야말로 꽃 같은 우리 장병을 위해 시급한 일 아닌가. 지뢰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응당한 조치로 북한에 책임부터 물어야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의 끈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측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당장 군사분계선(MDL) 확정을 위한 소통이 시급한 만큼 결코 ‘대화 구걸’로 깎아내릴 계제도 아니다.

 

지난 6일 통일부 당국자가 밝혔듯이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의 악순환을 끊고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대화 타진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 하겠다. 그런데도 장기 교착관계로 연락 채널도, 통신선도 죄다 끊긴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2019년 이후 회담 추진 실적은 단 1건도 없고, 남북 왕래 인원도 2021년부터 완전히 끊겼다. 교역액도 2023년부터 실적 자체가 집계되지 않고 있으며, 2019년 이후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교류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 정부 주도의 대북 접촉이 경색될 때마다 민간 차원의 끈질긴 교류 협력이 돌파구를 마련했던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1991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한학자 총재와 김일성 주석 간 회동이 그랬고, 1998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도 물밑에서 평화의 물꼬를 텄다.

 

정부는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 재개를 적극 뒷받침할 계획인데, 대북 접촉 전면 허용을 추진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면제 절차를 돕는 한편 남북협력기금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통일의 주역이 될 미래세대에 남북 민간교류의 바통을 넘겨줄 때가 됐다. 청년들이 통일 기대감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민간교류마저 호응하지 않고 있다.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