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봉 대신 업무 가치따라 임금 정한다더니… 공공기관 ‘직무급’ 도입률 되레 추춤

2025년 68% 그치며 혁신 동력 약화
평가 반영비중 줄고 혁신 가점도 삭제
가스公 등 개편 미뤄… 민간 추진 무색

근속연수 대신 직무 가치에 따라 임금을 주는 공공기관 ‘직무급 전환’ 정책이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2024년 70%에 육박했던 공공기관 도입 비율이 하락 반전하고 경영평가 배점마저 줄어들면서, 민간 확대라는 정책 목표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7일 세계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재정경제부의 ‘2025년도 직무중심 보수체계 개편실적 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직무급 도입 관련 점검대상 공공기관 205개 중 도입기관은 140개, 도입 비율은 68.3%였다. 186개 점검대상 공공기관 중 129곳이 도입했던 2024년(69.4%)과 비교해 도입 비율이 1.1%포인트 줄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형별로 보면 공기업 도입 비율은 2024년 96.9%, 2025년 96.8%로 비슷했고, 준정부기관은 2024년 90.9%, 2025년 93.0%로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기타공공기관 도입비율은 2024년 48.5%, 2025년 48.7%로 여전히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직무급이란 근로자의 근속연수나 호봉이 아니라 근로자가 수행하는 직무 가치, 중요성, 난이도 등에 따라 기본급을 결정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공공기관 전체 직무급 도입 속도는 최근 둔화하고 있다. 직무급 도입기관은 2021년 35개에 그쳤지만 2022년 55개, 2023년 108개, 2024년 129개로 증가세를 이어왔는데, 지난해는 140개로 11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공기업 부문에서도 직무급 도입을 미루는 기관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가스공사는 2024년 12월 직무평가급 시범운영을 실시하며 보수체계 개편에 나섰지만 3급 이하 직원에 대한 평가 방법 등을 추후 노사합의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직무급 전환 정책의 동력이 약해질 것이란 관측은 이미 예견됐다. 직무중심 보수체계 개편을 공공기관 경영개선의 핵심과제로 내세웠던 전임 정부와 달리 이재명정부는 국정과제에 공공기관 직무급 개편 정책을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확인된다. 재경부가 경영평가 지침을 담아 매년 발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보면 보수 및 복리후생 부문에서 ‘직무중심의 합리적 보수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기관의 노력과 성과를 평가’ 항목의 배점이 2024년 비계량 2.5점(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에서 지난해 2점으로 0.5점 줄었다. 또 2024년 공공혁신 가점 부문에 ‘직무중심 보수체계 개편 노력과 성과’가 1점 반영됐지만, 지난해부터 이 항목이 아예 삭제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점검기관이 늘어나 도입비율이 소폭 하락한 측면이 있다”면서 “도입기관이 늘어나는 등 성과는 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