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에서 양수가 터진 임신 35주차 고위험 산모가 수도권과 충청권 병원 25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한 끝에, 소방헬기로 150㎞ 떨어진 전북 전주로 이송돼 무사히 출산했다. 조산과 태아 감염 위험 속에서 가까스로 분만이 이뤄졌으나, 필수·고위험 분만 인프라 공백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전주예수병원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2시 7분쯤 안성시에 거주하는 30대 산모 A씨가 ‘양수가 흐른다’며 119에 긴급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조기 양막 파수로 인한 조산 및 태아 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즉시 환자 수용이 가능한 병원 수색에 착수했다.
◆ 수도권·충청권 25개 병원 ‘수용 불가’
구급대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운영하는 상급 종합병원을 포함해 경기·서울·충청권 일대 의료기관 25곳에 전원을 문의했다. 그러나 모든 병원으로부터 ‘수용이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
고위험 산모의 응급 분만과 미숙아 집중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전문 의료진과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이 즉시 확보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필수 의료 인력 부족과 특정 진료과 기피 현상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 150㎞ 날아간 소방헬기…다학제 협진으로 분만
이송 지연이 이어지자 소방청은 오전 3시 30분쯤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예수병원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예수병원은 상황의 위급성을 감안해 즉각 환자 수용을 결정했다.
A씨는 소방헬기에 탑승해 약 150㎞를 이동한 끝에 오전 5시 16분쯤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측은 대기 중이던 의료진을 즉시 투입해 긴급 분만 수술을 진행했으며, 산모와 신생아 모두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을 집도한 홍상기 예수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이 긴밀히 협진해 산모와 아기 모두의 생명을 지켰다”며 “예수병원은 앞으로도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든 생명을 살리는 사명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