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전 부산시장이 6·3 지방선거 이후 넉 달여 만에 유튜브 채널 ‘박형준의 생각TV’를 재개했다. 5년간 부산시정을 이끈 박 전 시장이 선거 패배 이후 처음 공론장에 나서며 꺼내든 화두는 ‘보수 혁신’이다. 패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사이익이 아닌 정책과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박 전 시장은 첫 방송에서 지난 부산시장 선거에서 47.90%를 얻어 50.52%를 얻은 전재수 시장에게 2.62%포인트 차로 패한 것을 언급하며 “성원해주신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정부·여당의 높은 지지율과 부산 지원정책, 야권 분열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짚으면서도 “밖의 요인을 인정하는 것과 밖으로 탓을 돌리는 것은 다르다”며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서 먼저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 현실을 테니스 경기에 빗대 보수의 ‘실력’을 강조했다. 상대의 실수로 점수를 얻을 수는 있지만 경기를 이기려면 자신만의 ‘위너샷’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시장은 “여당의 실수는 창을 열어줄 뿐, 그 창으로 들어갈 사다리까지 주지는 않는다”며 “반사이익으로 얻은 승리는 정치적 영수증이 아니라 언젠가 이자를 더해 국민에게 갚아야 할 차용증”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승리와 재집권을 위해서는 이념과 정책, 조직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수 혁신의 방향으로는 ‘미래·행복·실력’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과 경제안보 전환을 선도하는 미래 보수, 국민의 삶과 행복을 중시하는 인본주의적 보수, 결과로 능력을 증명하는 유능한 보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는 방향이고, 행복은 목적이고, 실력은 증명”이라고 정리했다.
방법론으로는 ‘포용적 실용주의’를 내놨다. 인간 존엄과 자유, 법치, 재정 건전성, 동맹 등 보수가 지켜야 할 원칙은 유지하되 시대 변화에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역량 강화도 주문했다. AI 시대의 전력·에너지와 일자리 전환, AI 안전과 규범, 교육·행정 혁신, 돌봄과 고령화, 경제안보 등에서 보수가 먼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정책조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함께 정책을 만드는 구조를 제안했다.
청년 정치의 제도화를 위해선 선거 때 청년을 영입해 사진을 찍는 방식에서 벗어나 당내 청년정당에 독립적인 조직과 예산을 보장하고, 지방의원 비례대표 후보 일부 추천권과 청년 관련 당론 재심 요구권 등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은 보수에 필요한 리더십을 “한순간에 판을 뒤집는 영웅보다 고장 난 곳을 진단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수리공”에 비유했다. 패배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고 쓴소리를 쇄신의 재료로 삼는 ‘성찰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생각TV’ 재개는 선거 패배 이후 정치적 복귀보다 보수의 체질과 국가 운영 방향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전 시장은 자신이 넘지 못한 2.62%포인트의 격차를 “상대가 가져간 표가 아니라 우리가 채우지 못한 표”라고 규정했다. 앞으로 AI 전환과 경제안보, 청년 등 현안에 어떤 ‘레시피’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