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가 피부 관리에 집중하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웰니스 루틴’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스킨케어부터 헤어·바디케어, 샤워, 향기까지 관리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소비자의 뷰티 경험도 자기관리와 휴식을 아우르는 일상의 루틴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 ‘채우는 화장품’에서 ‘밸런스 케어’로
숨37°는 대표 제품인 ‘시크릿 에센스’를 5세대로 리뉴얼하면서 피부를 ‘비우고(Empty), 채우고(Recharge), 지키는(Defend)’ 3단계 메커니즘을 내세웠다. 8700시간 발효를 거친 원료와 독자 성분을 앞세워 피부 본연의 맑은 빛과 건강한 피부 상태를 구현한다는 콘셉트다.
이는 최근 스킨케어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스킨 웰니스’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단기간에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기보다 피부 장벽과 보습, 피부결 등 기본적인 피부 컨디션을 꾸준히 관리하려는 소비자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화수 역시 대표 필오프 마스크 ‘옥용팩’을 리뉴얼하며 모공과 피지 관리뿐 아니라 진정과 보습 기능을 강화했다. 모공 속 노폐물과 피지를 제거하는 기존 기능에 피부 장벽과 보습을 고려한 성분을 더해 ‘강한 관리 후 편안한 피부’까지 제품 경험을 확장했다.
◆ 샤워도 ‘풀케어’…욕실이 새로운 케어 공간으로
뷰티 루틴의 확장은 얼굴을 넘어 바디와 헤어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샤워가 단순한 세정 과정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웰니스 시간’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10월 헤어·바디케어 프로모션을 통해 ‘Everything Shower’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평소보다 공들여 관리하는 샤워 루틴을 하나의 셀프케어 문화로 제안한 것이다.
소비자 관심도 실제 검색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9월 온라인몰의 ‘사우나’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3% 증가했다. ‘사우나팩’은 310%, ‘사우나스크럽’은 1,208% 늘었다.
‘1인 사우나’, ‘다크샤워’ 등 혼자만의 휴식과 관리에 집중하는 새로운 샤워 문화가 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제품 자체뿐 아니라 조명, 향기, 공간, 사용하는 순서까지 포함해 개인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 바디케어도 ‘기능+향기’…나만의 향을 완성하는 일상 뷰티
바디케어 시장에서는 보습이나 세정 기능에 향기 경험을 결합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해피바스는 산양유 바디워시와 바디로션을 선보이며 고보습 케어와 함께 머스크를 기반으로 한 향기를 강조했다. 깨끗하고 포근한 ‘밀크 블랑쉬향’과 따뜻하고 달콤한 ‘바닐라 머스크향’ 등 취향에 따라 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섬유유연제에서도 향기 지속성이 중요한 제품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경산업의 르샤트라 ‘캡슐 섬유유연제’는 액상 제품의 계량 불편을 줄이는 동시에 풍성하고 오래 지속되는 향기를 강조했다.
이처럼 향기는 더 이상 향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바디워시와 로션, 헤어케어, 섬유유연제 등 다양한 생활 제품을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향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표현하는 ‘향기 라이프스타일’이 확대되고 있다.
◆ K뷰티의 다음 무대는 글로벌 오프라인
K뷰티의 성장 전략에서는 글로벌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도 주요 흐름으로 나타난다.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는 멕시코 프리미엄 백화점 ‘팔라시오 데 히에로’에 상시 매장을 열며 현지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했다. 세포라, 코스트코, 샘스클럽, 울타 뷰티 등에 이어 프리미엄 백화점까지 유통 채널을 넓히면서 온라인에서 형성한 브랜드 인지도를 오프라인 구매 경험으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특히 K뷰티가 해외 시장에서 단순히 ‘한국 제품’으로 소비되는 단계를 넘어 글로벌 리테일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현지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상시 매장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접점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 브랜드 경쟁도 ‘제품’에서 ‘경험과 신뢰’로
브랜드 경쟁의 축이 제품력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최근 흐름에서 확인된다.
파마리서치는 대표 브랜드 ‘리쥬란’의 유사 상표와 모방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AI 기반 온라인 모니터링, 정품인증 시스템, 법적 대응을 결합한 브랜드 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정품 여부와 유통 경로, 브랜드 신뢰도까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제품의 효능뿐 아니라 출처와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뷰티셀렉션의 바이오던스는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운영·사업 부문의 C레벨을 강화하고 글로벌 뷰티 전문가를 자문역으로 영입했다. K뷰티 기업들이 제품 개발을 넘어 공급망, 글로벌 리테일, 브랜드 전략 등 기업 운영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