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떡부터 과일·초콜릿 모찌까지…‘쫀득함’에 빠진 MZ세대가 이끄는 떡 열풍

SNS로 트렌드 접하는 청년층, 오픈런 해가며 떡 유행 소비
전문가 “전통·레트로 부활보단 퓨전 디저트의 순환일 수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각종 떡 디저트가 화제다. 인스타그램 ‘keki_house’·‘dongbu_tteok’·‘bbangsuni434’ 캡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떡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 초 버터떡부터 호박인절미, 피자설기, 과일·초콜릿 모찌 등 다양한 떡 디저트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떡지순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한국인 입맛에 익숙한 떡이라는 소재가 지불 가능한 선에서의 자기 보상 심리와 만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몇 시간 대기 부르는 ‘이색 떡’…‘디저트’로 인식 변화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떠오른 인기 디저트는 단연 블루베리나 샤인머스캣 등 과일을 떡으로 감싼 모찌다. 속에 앙금뿐 아니라 요거트 크림,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초콜릿 등이 가득 들어가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앞서 호박 찰떡 위에 카스테라 가루 고명을 묻힌 인절미, 토마토소스와 페퍼로니, 치즈가 올라간 백설기 등이 잇따라 호응을 얻은 데 이은 흐름이다.

 

젊은 층의 열기는 몇 시간씩 줄을 서는 ‘무한 대기’로 이어졌다. 전북 전주에 사는 고등학생 신모(17)군은 최근 서울에 들러 화제의 과일 모찌를 구매했다. 신군은 “성수역 근처 본점은 줄이 너무 길어 서울역점으로 이동해 한 시간가량 줄을 선 뒤에야 겨우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5일 오후 성수본점 앞에는 대기 행렬이 길게 늘어서 보행자와 차량 통행을 관리하는 전담 인력이 투입되기도 했다.

 

5일 서울 성동구 한 디저트 떡집 앞의 모습. 허은선 인턴기자

 

요거트 과일 모찌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한 초콜릿 전문점이 출시한 모찌 역시 새벽부터 손님이 몰려 영업 시작 4시간 전부터 현장 대기가 마감됐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3시간을 기다려 구매했다”, “픽업까지 7시간 걸린 구매 성공기”, “평일 오픈런도 실패하는 초코모찌” 등의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몇 시간의 대기 끝에 초콜릿과 과일이 들어간 모찌를 구매했다는 후기를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떡의 열기는 빅데이터로도 확인된다. 8일 구글 트렌드 분석 결과 과일 모찌 열풍을 이끈 성수 디저트 브랜드의 최근 3개월간(7월 11일~10월 7일) 검색 관심도는 이전 3개월 대비 2800% 폭증하며 지난달 25일 최고치(100)를 기록했다. 구글 트렌드 지수는 100에 가까울수록 특정 기간 내 검색량이 가장 많았음을 의미한다. ‘찹쌀떡’ 키워드의 검색 관심도 역시 7월 16일 6에서 이달 4일 80에 달해 현재까지도 열기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즘 대세는 ‘식감’…한국인에게 친숙한 쫀득쫀득함

 

떡이 주목받는 데는 한국인 특유의 식감 선호가 바탕이 됐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는 지난 1∼8월 떡과 디저트가 함께 언급된 온라인 게시물의 속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식감’ 언급량이 6270건에 달해 디저트 선택의 핵심 요인인 ‘맛’(7532건)에 버금가는 수치를 나타냈다. 밀가루 빵이 구현하기 힘든 씹는 맛이 떡의 경쟁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최근 유행한 디저트들의 공통된 특징도 바로 식감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두바이 쫀득 쿠키에 이어 버터떡은 떡인 듯 쫄깃하면서도 빵 같은 외형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SNS에는 버터떡을 반으로 잘라 찰지고 폭신한 단면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리뷰 영상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바짝’, ‘쫀득’ 등 버터떡 단면의 식감을 강조한 게시물이 눈에 띈다. 인스타그램 캡처

 

쌀을 주식으로 삼아온 한국인에게 쫀득하고 찰진 식감은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양인들은 스티키한(끈적끈적한)한 식감을 선호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찐득찐득한 식감을 좋아한다”며 “밥과 쌀을 먹어온 우리 입맛에 그런 디저트가 굉장히 잘 맞고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팍팍한 주머니와 알고리즘의 합작품…‘작은 보상’이 된 떡

 

전문가는 떡 유행의 본질을 더 큰 범위에서의 디저트 소비와 자기 보상 심리로 분석했다. 고물가 등 경기 불황을 겪는 청년들이 부담 없는 비용으로 기분 전환과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나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자 하는 경향이 많아진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에게 작은 보상을 주려는 행위가 디저트 소비로 극명하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류가 많아 달콤하고 시각적으로도 화려해 즉각 기분이 좋아지고 심리적인 욕구가 충족된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화면이 띄워진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여기에 SNS 알고리즘이 가세하면서 유행의 불길을 키웠다. 시장조사 기업 피앰아이(PMI)가 만 20~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가 트렌드를 처음 접하는 주요 경로는 유튜브(64.0%)와 SNS(58.8%)였다. 트렌드를 판단하는 기준도 ‘SNS에서 자주 보일 때’(53.6%)가 가장 높았다.


유사한 콘텐츠를 반복 추천하는 알고리즘 구조가 청년층의 호기심과 동조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떡 등 특정 디저트 영상을 한 번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유사한 콘텐츠에 반복 노출되면서 각인 효과가 생기고 체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번 열풍이 전통 떡 자체의 장기적 인기라기보다는 ‘트렌디한 디저트의 일시적 순환’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과일 모찌의 경우 떡은 속재료를 감싸는 포장재에 가깝고, 본질은 달콤한 과일과 초콜릿을 즐기는 것”이라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지금 떠오른 아이템이 떡일 뿐, 유행 주기가 짧아진 만큼 언제든 다른 디저트로 옮겨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