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직원의 착오로 고객 명의 예탁금 계좌가 아닌 고객의 아들 명의 계좌를 해지해 예탁금을 지급한 경우 해당 금융사에 아들 명의 예탁금에 대한 반환채무를 인정하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8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어 이같이 판단하고 “금융사가 가족 명의 예탁금의 개설·해지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등에 따라 민사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분조위에 따르면 A씨는 2024년 9월 한 금융사 지점을 찾아 본인과 아들인 B씨, 딸 C씨 명의로 복리식 정기예금 계좌를 요청해 개설했다. 이후 A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 사기범은 대검찰청 검사 등을 사칭하며 A씨에게 예탁금 인출을 지시했다. 이에 A씨는 금융사 지점을 찾아 주택구입 목적이라고 설명하며 본인의 예탁금 계좌 해지·수표 발행을 요청했다.
그러나 직원이 착오로 아들 B씨의 예탁금계좌를 해지하고 계좌에서 해지된 예탁금 5000만원을 A씨의 수시입출금식 예탁금계좌로 송금했다. 기존 A씨 계좌의 잔고액 4500만원을 합산해 9500만원권 수표 1매를 A씨에게 발행해줬다.
A씨는 귀가 후 아들의 계좌가 잘못 해지된 사실을 알고 오류해지 정정·기존계좌 원상복구 등의 처리를 하기로 했으나, 사기범에게 다시 기망당해 직원에게 정정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직원은 아들이 직접 해지서류를 작성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거래신청서에 기재된 A씨의 성명 위에 B씨의 성명을 덧기재했다.
사기범은 A씨가 아직 해지하지 않은 본인 명의 예탁금계좌에 5000만원이 있다는 걸 알고 이 돈도 인출해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 A씨는 이에 따라 금융사 지점을 다시 방문해 자신의 계좌도 해지하고 5000만원권 수표를 발행받아 사기범에게 전달했다.
이후 A씨는 사기범과 연락이 닿지 않자 보이스피싱 사기임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고, 금감원에 직원의 과실로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이 확대됐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분조위는 예탁금 계약이 B씨 명의로 유효하게 성립됐고, 금융사 직원이 해지된 예탁금을 A씨에게 지급한 행위는 거래 당사자에게 반환한 것이 아니므로 B씨에게 여전히 예탁금반환청구권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사가 해지된 예탁금을 A씨에게 지급한 행위는 변제로서 유효하지 않으므로, B씨에게 예탁금반환 채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가 B씨에게 예탁원금 및 약정만기까지의 이자상당액(5164만9425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아울러 분조위는 금융사가 B씨에게 예탁금과 이자를 지급한다면 이에 관해 A씨에게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지도 살펴봤으나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A씨가 수표를 보관하고 있었을 뿐 자기 재산으로 운용하거나 소비한 사실이 없고,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로서 사기범이 예탁금을 편취하는 과정에서 도구로 이용된 것에 불과해 실질적인 이득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