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광대1 [詩의 뜨락]

이홍섭

입이 비뚤어졌으니 너의 웃음이 시대적이로다

귀가 당나귀 귀처럼 커졌으니

너의 귀기울임도 시대적이로다

코가 딸기처럼 붉어졌으니

너의 괴로움이 시대적이고, 너의 취함이 영원하도다

 

그리고 낯선 시월의 밤이 찾아와

바람 불고 낙엽 부서지는 소리 들려올 때

너의 긴 그림자 끌리는 소리

 

뒤돌아보지 마라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문학동네) 수록

 

●이홍섭

△1965년 강릉 출생. 1990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등단.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 ‘숨결’,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터미널’, ‘검은 돌을 삼키다’ 등 발표. 현대불교문학상, 유심작품상, 강원문화예술상, 박재삼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