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 미의 비밀 코드/ 최준식/ 한울아카데미/ 2만8000원
미술 작품 경매장에서 달항아리는 단연 인기다. 2007년 3월 크리스티 뉴욕에 나온 달항아리가 127만달러에 팔린 이후 주요 경매마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해왔다. 달항아리는 방탄소년단 RM과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을 사로잡았고, 영국박물관과 보스턴미술관 같은 기관에도 소장되어 있다.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출신인 저자는 완벽하게 좌우가 맞지 않는 달항아리가 완벽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한국미의 비밀을 간직한 예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내놓은 열쇠는 ‘대충이즘’이다. 어설프고 엉성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일상어 ‘대충’을 한국 미학의 개념어로 끌어올린 조어다. 저자가 말하는 대충은 일을 아무렇게나 하거나 완성도를 소홀히 하는 태도가 아니다. 세부를 일일이 계산하고 통제하기보다 전체를 감각적으로 파악하고, 직관과 무의식에 기대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끌어내는 창작 방식을 가리킨다. 겉으로는 느슨해 보여도 그 안에 오랜 경험과 감각이 빚어낸 질서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한국 문화의 자유분방성·비균제성·즉흥성을 겹쳐 대충이즘의 외연을 구체화한다. 제1부에서는 대충이즘을 정의하고, 한국인의 세계관과 의식 구조, 특히 무속과 굿의 특성에서 장인들의 자유분방한 예술 정신이 나온 사상적 뿌리를 찾는다. 제2부는 실제 작품을 짚는다. 백자 달항아리·막사발·분청사기 같은 그릇에서 출발해 백제 금동대향로와 신라 공예품, 청룡사·경복궁·창덕궁·병산서원의 건축, 소쇄원·세연지·성락원의 정원, 시나위·산조·시조창·살풀이춤, 조선 민화와 풍속화까지 넓게 훑는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풀이한다. 조선시대에 그토록 흔했던 막사발이 일본 박물관에서만 각광받게 된 내력, 마지막 구절을 생략한 채 끝나는 시조창의 기묘한 형식, 청룡사 대웅전의 믿기 어려운 기둥, 지붕에 구멍을 내 나무를 그대로 자라게 둔 성락원 송석정의 건물이 그렇다. 좌우가 맞지 않는 항아리를 흠이 아니라 힘으로 읽어내는 눈은 달항아리가 세계 시장에서 받는 찬사를 설명하는 데 유효한 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