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라우마에 벼랑 끝 몰리는 소방관들

정부 정신건강 지원 늘었지만
해마다 두 자릿수 자살로 숨져
고위험군 관리·퇴직자 지원 구멍

재난·사고 현장에 투입된 뒤 트라우마를 겪는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관리 체계가 보완되고 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방관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현행 정신건강 지원 체계의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소방청이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자살로 숨진 소방공무원은 154명이다.

재난·사고 현장에 투입된 뒤 트라우마를 겪는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관리 체계가 보완되고 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방관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14명, 2020년 12명, 2021년 17명, 2022년 21명, 2023년 11명, 2024년 17명, 지난해 15명으로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5명이 숨졌다.



재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이 겪는 극심한 트라우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며 정신건강 지원 규모는 늘었다. 시·도별 ‘찾아가는 상담실’ 상담 건수는 2019년 3만7732건에서 지난해 10만5950건으로, 6년 만에 약 2.8배 증가했다. 올해도 9월 말까지 10만4334건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했다.

상담 뒤 필요하면 심층 상담과 병원 진료로 연계한다. 심층 상담 건수는 2020년 1만9639건에서 지난해 3만3035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연계·권고는 같은 기간 1461건에서 3273건으로 늘었다. ‘마음건강 상담·검사·진료비 지원’은 최근 5년간(2021∼2025년) 매년 8000건 안팎이었다.

그러나 관리 공백은 남아 있다. 소방청이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에 낸 자료를 보면 이태원 참사에 투입된 대원 전원 1125명을 상대로 연 2회 이상 심리 상담을 시행하고 있지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우울증 등 고위험군 인원은 개인 민감 정보 노출, 낙인 방지 등을 이유로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받은 내역도 민감 정보여서 본인 외엔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소방청 설명이다.

퇴직 이후엔 지원 공백이 터 크다. 현재 소방청 차원의 퇴직 소방공무원 대상 정신건강 지원과 관련한 예산은 없다. 다만 일부 시·도는 최대 10년간 특수건강진단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마련하고 있다.

공무상 재해 인정 과정에서도 과제가 남아 있다. 최근 9년(2018∼2026년)간 소방청의 입증 지원을 받아 공상을 신청한 155건 중 103건이 승인됐지만 38건은 불승인됐다. 나머지 14건은 심의나 관련 소송 등이 진행 중이다.

정 의원은 “소방공무원들은 참혹한 재난 현장을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만큼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지속적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해 전문 인력과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