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축적 기술로 성능·효율 업 현지업체 아성 높은 시장 ‘노크’ 1회 충전 때 주행거리 1014㎞ 사업자 운행 중단 부담 크게 줄어 日 수소차 보급과 맞물려 관심
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긴 주행거리와 강화된 내구성을 바탕으로 현지 업체들이 주도해 온 택시 시장을 파고들며 수소차 판매 기반을 다지고 있다.
8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4월 일본에 출시된 넥쏘는 4∼8월 등록 기준 20대가 판매돼 일본 승용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약 11%의 누적 점유율을 기록했다. 고객 인도를 앞둔 물량을 포함하면 35대다.
일본 현지에서 운행 중인 ‘디 올 뉴 넥쏘’ 택시. 현대자동차 제공
넥쏘의 일본 WLTC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014㎞다. 연간 5만∼10만㎞를 달리는 일본 택시 사업자에게 긴 주행거리는 충전 횟수와 운행 중단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요소다. 여유로운 뒷좌석과 510ℓ의 트렁크는 승객과 대형 수하물을 함께 싣는 데 유리하다.
장시간 운행에 필요한 내구성도 강화했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착수한 이후 약 30년간 축적한 기술 역량과 실제 주행 데이터에 따른 피드백을 반영해 넥쏘의 성능과 효율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연료전지 정격 출력은 기존보다 11% 높인 94㎾로, 배터리 출력은 40㎾에서 80㎾로 늘렸다. 도심 정체와 장시간 공회전 등 가혹한 조건에서 연료전지 내구성도 검증했다.
이 같은 상품성이 일본의 수소 모빌리티 확대 정책과 맞물리면서 시장 진입 기회가 열렸다. 현지 업체의 ‘아성’이 견고한 택시 시장에선 차량 가격뿐 아니라 내구성, 정비 편의성, 연료비 등이 구매를 좌우한다. 차 성능에다 운송 사업자의 도입·운영비 부담을 낮추는 지원 정책이 수소차 보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본 정부는 주행거리가 길어 온실가스 감축과 수소 소비 촉진 효과가 큰 택시와 버스, 트럭 등 영업용 상용차를 ‘수소 모빌리티 우선 보급 차종’으로 지정하고 수소전기차 택시 구매 보조금 등 지원책을 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도쿄와 아이치 등을 수소 상용차 도입 중점 지역으로 선정해 차량 보급과 충전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고 있다.
도쿄도는 ‘TOKYO H2’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택시 600대, 2035년까지 상용 수소전기차 1만대 보급을 목표로 보조금을 집행한다. 같은 거리를 달릴 때 액화석유가스(LPG)보다 수소 연료비가 더 나올 경우 그 비용 차액도 연간 최대 130만엔까지 지원한다. 아이치현은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택시 250대 도입을 목표로 대당 최대 350만엔의 구매 보조금과 수소 1㎏당 576엔의 연료비 보조금을 준다.
운행량이 많은 택시를 통해 수소 수요를 늘리려는 것으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대차에는 개인 고객 판매에 더해 사업자 단위의 수요를 확보하며 영업 현장에서 차량 성능을 입증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택시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타는 경험’을 제공하는 수단인 점에서 현대차의 일본 시장 공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승객들이 이동 과정에서 넥쏘의 승차감과 정숙성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아시안게임 기간 넥쏘 택시 7대를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 의전 차량으로 지원하고, 나고야역 수소택시 전용 승차장과 호텔 이용객 대상 승차 체험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구성과 편의성에 민감한 일본의 택시업계가 디 올 뉴 넥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디 올 뉴 넥쏘 택시가 수입 승용차와 수소전기차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긍정 평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