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위 뒤집은 중노위… ‘위탁 학습지 교사도 근로자’ 첫 인정

“8년간 회사 지휘·감독 받아”
초심 뒤집고 부당해고 판단

온라인 학습지 업체와 위탁업무계약을 맺고, 회원가입 상담 업무를 한 재택 상담교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판단이 나왔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학습지 회원가입 상담교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을 8월27일 내렸다고 8일 밝혔다. 해당 사건은 학습지 회원가입 상담교사로 일한 A씨가 회사의 위탁계약 종료 통보를 받은 뒤 온라인 비대면 교육 서비스 기업 B사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중노위가 위탁계약 학습지 회원가입 상담교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건 처음이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가 지난 2018년 6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재능교육 학습지교사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중노위는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제 일하는 방식을 바탕으로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약 8년간 B사와 1년 단위 위탁업무계약의 체결·갱신을 반복하면서 학습지 회원가입 유선 상담 업무를 해 왔다. 그러던 중 마지막 계약 만료일이 돌아오기 전에 회사로부터 경영 악화와 실적 저조를 이유로 위탁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

초심 성격인 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심 단계인 중노위의 판단은 달랐다. 업무 내용이 전적으로 회사에 의해 정해졌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로 해석한 것이다. A씨가 B사의 상시적이고 필수적인 인력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구체적으로 A씨는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업무 집중 시간대를 두고 상담 업무를 수행했다. 업무수행 방식과 내용도 회사의 학습 상담 업무 규정을 적용받았다. 규정 안에는 불이행에 따른 제재 조항도 있었다. A씨는 고정급 없이 실적 수수료를 받았다. 중노위는 고정급이 없어도 수수료가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이러한 판단이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는 시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형식적으로 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일하는 방식의 실질을 살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판정이 근로기준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약 관행들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