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한국어교육관 정문 앞. 러시아 출신 샤발로바 엘리나(23)에게 한국어 공부가 어떤지 묻자 한국어로 답하며 웃었다. 고려대 한국어주간 축제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글배움길’에서 ‘알쏭달쏭 한국어 퀴즈’를 풀고 나오는 참이었다.
축제 마지막 날인 이날 외국인 학생들은 행사 팸플릿을 하나씩 손에 들고 걸어갔다.
엘리나는 올해 9월 한국어센터에 입학하기 전에 한국을 두 차례 찾았다. 4월에는 고양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보러, 8월에는 여행하러 왔다. 두 번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어 한국어센터에 입학했다.
이 같은 관심은 해외 한국어 교육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세종학당재단의 연도별 수강생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세종학당 수강생은 2020년 10만1675명에서 지난해 23만9020명으로 5년간 135.1% 늘었다. 약 2.4배 규모다. 2023년 21만6226명으로 처음 20만명을 넘어섰고, 2024년 21만374명으로 소폭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세종학당 수도 2015년 54개국 138곳에서 지난해 87개국 252곳으로 10년간 82.6% 늘었다.
해외 정규학교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 많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어 발전과 보전에 관한 시책 및 시행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어반을 운영하는 해외 초·중·고교는 2015년 28개국 1224개교에서 지난해 47개국 2777개교로 12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학생 수는 10만7199명에서 23만6089명으로 120.2% 늘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2025년 조사에서는 106개국 1432개 대학이 한국학 강좌를 운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몽골에서 온 쿨란(18)은 한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을 “아시아를 선도하는 나라”라고 표현하며 “특히 아시아에 사는 만큼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고려인 크세니야(18)는 러시아어와 카자흐어가 모국어다. 한국어는 지난 3월 취미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글을 읽는 방법이 쉬워서 한국어를 배우기 수월했다”고 했다. 고려대 국제어학원 한국어센터장 이영제 교수는 “최근 1년 사이 수강생이 약 30% 늘었는데, 이 정도 증가폭은 이례적”이라며 “특히 몽골·베트남·러시아 출신 수강생은 거의 두 배에서 세 배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학습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 문화에 대한 흥미로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이 여전히 많지만, 요즘은 진학과 취업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오는 학생이 늘었다”며 “K뷰티와 K푸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로를 생각하고 유학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가하는 유학생에 맞춰 비자 발급 등 절차를 개선하고 부족한 기숙사를 확충하는 한편, 생활 여건과 유학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정과제에 세종학당 확대를 포함해 해외 한국어 교육 기반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세종학당재단 교육자원본부 최윤정 본부장은 “한국어 학습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교육기관과 시설에 대한 지원도 확대되면 좋겠다”며 “학습자들이 지속적으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온라인 학습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 정부 차원의 관심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