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기를 제외한 모든 위법 농지에 처분 면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그간 농촌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져 온 관행마저 ‘위법’으로 판단한 데 따른 농심 이반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된 이후 농촌 현장에서 ‘국가가 농지를 강탈한다’는 인식이 확산하자 당정은 처분 유예 방침을 밝혔지만, 불안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결국 투기농지를 제외한 위법 농지에 대한 처분 면제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 조사 후속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 자료를 배포하고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처분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농지 전수조사 이후 내 농지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정부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현장에서 불필요한 불안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현장에서 한 분이라도 불안하게 여긴다면 그건 우리 불찰”이라고 말했다.
◆처분 ‘유예’에서 ‘제외’로 한발 물러서
◆고령·임차농 입증 안 해도 처분 제외
정부는 농지 소유·이용 유형별로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기준과 후속조치를 마련해 특별조치법에 담을 계획이다. 먼저 상속농지는 농지 전수조사에서 휴경이나 소유상한 초과 등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처분 대신 향후 제도를 개선하는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렵거나 이웃·친척 등이 대신 경작하는 농지도 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행 농지법상 임대 허용 요건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이번 조사 결과를 근거로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종중·사찰 소유 농지나 미등기 상속농지처럼 소유자가 여럿이거나 명의관계가 복잡해 정상적인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경우도 마찬가지다. 농업용 창고와 농업인 주택, 간이 농산물 처리시설 등을 필요한 인허가 없이 설치한 경우에도 이번 조사에서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원상회복 조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농지 처분 유예를 위한 조건이었던 농지은행 위탁도 농업인의 자율적인 선택 사항으로 바뀐다. 농지를 농지은행에 위탁하지 않더라도 투기 목적이 아닌 관행적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농지법 개정을 통해 임대차·휴경 인정 사유 확대와 임차농 권리 보호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