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도발 상응조치 한다지만 억제력과 의지 갖추지 않으면 ‘자주 국방’ 외쳐도 소용 없어 행동으로 국방주권 확보해야
지난달 비무장지대(DMZ)에서 두 발이 잇따라 폭발해 우리 장병 3명이 다쳤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 조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폭발 지점은 군사분계선(MDL) 남쪽 10여m였고, 폭발물은 북한군 수지반보병지뢰로 최종 확인됐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해 우리 영토에 지뢰를 매설했고 우리 장병들이 중상을 입었다.
문제는 지뢰 몇 발이 아니다. 북한은 2024년부터 MDL 일대에 철책·방벽과 지뢰를 설치하며 ‘국경선화’를 추진해 왔다. 이번 사건은 우리의 대응 의지를 떠보며 행동반경을 넓히는 살라미식 도발이다. 침범을 방치할수록 다음 도발의 문턱은 낮아진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따라서 대응은 지뢰 제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감시·정찰과 지뢰 탐지 능력을 강화하고 추가 침범에는 즉각 대응해야 한다. 반복되는 도발에는 반드시 비용을 물려야 한다. MDL 남쪽은 넘볼 수 없고 넘으면 손해를 본다고 북한이 인식하게 해야 한다.
억제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상대를 막을 수 있는 능력과 필요하면 실제 그 능력을 쓸 것이라는 의지다. 아무리 첨단무기가 많아도 결국 물러설 것이라고 상대가 믿으면 억제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단호한 의지만 외친다고 군사력이 생기지 않는다. 능력과 의지, 그 어느 한쪽이 빠져도 자주국방은 성립하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전략은 바뀌고 있다. 2026 국방전략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핵심 전력을 중국 억제에 집중하는 한편 한국에는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한 1차적 방위책임을 요구한다. 주한미군도 역내 위협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유사시 대규모의 미 증원전력이 시차별 부대전개제원(TPFDD)에 따라 전개된다는 과거 구상도 당연하지 않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이 현실에서 봐야 한다. 한국이 재래식 방위에 더 큰 책임을 맡는다면 미국의 핵 확장억제를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 핵심은 누가 지휘권을 갖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우리가 책임지고 무엇을 미국으로부터 보장받느냐다. 한국군은 북한의 핵 그림자 아래에서도 싸울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정보감시정찰(ISR), 미사일 방어, 정밀 타격과 군수 능력을 강화하고 핵·재래식 통합(CNI)을 발전시켜 미국의 핵·전략전력을 한반도 방위에 묶어야 한다.
그러나 논의는 거꾸로 간다. 전작권과 핵추진잠수함을 ‘자주국방’으로 포장하지만 수단에 불과할 뿐 자주국방은 보장하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억제하고 필요할 때 싸울지가 먼저다.
이번 지뢰 사건은 그 민낯을 보여준다.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고 국방장관은 ‘상응한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북한 소행을 확인한 뒤 현재까지 공개된 대응은 북한에 지뢰 제거를 요구하고 불응하면 우리가 직접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영토에 지뢰를 심어 장병을 중상 입힌 북한에, 비용도 부과하지 않고 우리가 뒤처리하는 것이 어떻게 상응 조치인가. 지뢰 제거는 장병 안전을 위한 방호조치이지 도발에 대한 대응이 아니다.
북한은 우리의 말보다 행동을 본다. 우리 영토를 침범해 장병을 다치게 해도 뒤처리에 그친다면 조금 더 내려와도 된다고 학습한다. 필요한 것은 감정적 보복이나 무모한 확전이 아니다. 남쪽으로 한 발짝도 내려오지 못하도록 선을 긋고, 넘으면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 먼저 접어주고 머리를 숙이는 순간 억제는 무너진다.
전작권을 돌려받아 ‘국방주권’을 찾겠다는 말을 하기 전에 평시의 국방주권부터 지켜야 한다. 말로 자주국방을 외친다고 국방주권이 생기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무기와 첨단 장비가 있어도 사용할 결의가 없다면 상대를 억제할 수 없다.
국가의 첫 번째 의무는 국민과 영토를 지키는 것이다. 싸울 능력 없는 결의는 허세고, 싸울 의지 없는 군은 장식품이다. 자주국방은 구호가 아니라 스스로 지킬 역량과 필요할 때 물러서지 않고 싸울 단호함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