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의 핵심축인 안보·정보 분야에서 잇따라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3월 미국 방문을 추진했지만, 미국 측이 이 원장의 반미 성향 등을 문제 삼아 입국을 거부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일부 언론은 이 원장과 미국 정보기관 수장의 면담이 미국 측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아 방미가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실이라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 힘들다.
지난해 말에도 미국 중앙정보국(CIA) 고위급 방한단과 이 원장의 면담이 무산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여기에 주미 한국대사관이 지난달 29일 워싱턴에서 개최한 국경일 및 국군의 날 리셉션에 미국 정부 인사들이 예년보다 대거 불참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각각의 사안이 개별적인 현안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양국 관계의 이상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미 대미투자와 쿠팡 관련 논란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양국 관계는 불편한 기류가 심각하지 않나.
안보 분야에선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이후 처음으로 한·미 연합훈련이 미국 측 요청으로 조기 종료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주한미군이 우리 측에 사전 통보 없이 중국을 겨냥한 서해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대북 정보 공유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3월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평북 ‘구성’ 지역을 언급한 뒤다. 진영승 합동참모의장은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북한 핵과 관련해 지금 합참과 미국이 핵심 정보를 공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일부는 제한”되고 있다며 “이 상황은 빨리 해소가 되는 게 최선”이라고 답변했다. 한·미 간 대북 정보 공유가 반년 이상 중단된 것은 유례가 없다.
물론 한·미동맹이 모든 현안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책적 이견이 동맹국 간 신뢰 훼손으로까지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정보 공유와 공조에 차질이 생긴다면 위기 대응 능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 최근 양국 관계를 둘러싼 논란의 배경에 우리 정부의 대북·대중 정책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는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 의혹을 방치하면 불신이 커지고, 불신이 커지면 정보 공유와 안보 공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