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는 법까지 판다…침대업계, 매트리스 넘어 수면 솔루션 경쟁

침대만 잘 만들면 됐던 시대에서 ‘잘 자는 법’까지 알려주는 시대로 수면 시장이 바뀌고 있다.

 

시몬스 제공

침대·홈퍼니싱 업체들이 매트리스의 소재나 쿠션감을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수면 유형을 점검하고, 몸 상태에 맞는 제품을 찾아주거나 잠자는 환경 자체를 관리하는 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자신의 잠을 직접 확인하고 경험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수면 부족이 일상적인 문제가 된 것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시몬스와 대한수면학회가 올해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해 발표한 ‘2026 대한민국 수면건강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69.2%는 하루 수면시간이 7시간에 미치지 못했다. 수면의 질 저하로 인한 불편을 최소 주 1회 이상 느낀다는 응답도 72.1%였다. 대한민국 수면 통합지수(KSIQ)는 100점 만점에 66.25점으로 집계됐다.

 

시몬스는 경기 이천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를 비롯한 전국 주요 스토어의 수면 키오스크와 수면 보드를 최근 새로 단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S-BTI(시몬스 수면 유형 테스트)’다. 성격유형검사 MBTI에서 착안해 일상이나 여행에서 겪을 법한 9개 상황에 답하면 자신의 수면 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수면 유형은 ZZZZ(쿨쿨형), OTTL(수면낙담형), LOOP(무한루프형), C-TYPE(급속충전형), G-U-M(껌딱지형) 등 5가지다. 결과 화면에서는 유형별 특징과 자신에게 맞는 ‘환상의 침대 메이트’도 보여준다. 결과를 영수증처럼 출력해 가져갈 수도 있다. 이번 콘텐츠는 대한수면학회의 자문을 받아 구성됐다.

 

옆에 설치된 수면 보드도 단순한 제품 설명서와 거리가 멀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식품부터 침대맡 스트레칭, 수면 환경 설정, 향, 4-7-8 호흡법 등을 담았다. 미로 찾기와 ‘꿀잠 루틴 체크리스트’도 넣었다. 원하는 콘텐츠는 한 장씩 뜯어 가져갈 수 있다.

 

매장을 침대를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수면 습관을 한번 돌아보는 공간으로 만든 셈이다.

 

코웨이의 접근은 기술 쪽에 가깝다.

 

코웨이는 올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비렉스(BEREX) 브랜드의 스트레칭 모션베드 R시리즈, 안마 매트리스 M시리즈, 수면센서 매트리스 S시리즈를 공개했다. 관람객이 직접 누워 제품을 경험하도록 체험존도 꾸렸다.

 

수면센서 매트리스는 웨어러블 기기를 따로 차지 않아도 침대에 누우면 내장 센서가 심박 등 데이터를 감지해 수면 관리를 돕는다. 안마 매트리스는 평소 침대로 쓰다가 필요할 때 내부 안마 모듈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스트레칭 모션베드는 매트리스 안의 셀이 움직이며 허리를 이완시키는 기능을 적용했다.

 

코웨이는 이를 ‘비렉스 슬립 시스템 81’로 묶어 최대 81가지 수면 조합을 제안하고 있다. 소비자의 수면 고민과 취향에 따라 침대 기능을 달리 조합한다는 개념이다.

 

침대가 몸을 받쳐주는 가구에서 수면 상태를 확인하고 몸을 관리하는 기기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에이스침대는 오래전부터 체형과 수면 습관을 제품 선택에 연결해 왔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성별과 연령대, 키, 몸무게 등을 입력하면 소비자에게 맞는 매트리스 쿠션감을 추천한다. 보다 정밀한 추천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이동수면공학체험’을 안내한다. 매장에서 여러 매트리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매트리스 체험존도 운영하고 있다.

 

제품 가격이나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침대를 고르는 대신 자신의 체형과 실제 누웠을 때의 느낌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시몬스가 수면 습관을 콘텐츠화하고 코웨이가 기술을 더했다면 에이스침대는 ‘내 몸에 어떤 침대가 맞느냐’를 측정과 체험으로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침대 밖으로 시야를 넓히는 곳도 있다.

 

이케아는 지난해 전 세계 57개국 5만5221명을 대상으로 수면 습관과 숙면 방해 요인 등을 조사한 ‘이케아 수면의 발견’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에서는 1003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인의 주관적 수면의 질은 조사 대상 57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케아는 이런 데이터를 침실 상품 제안에도 활용하고 있다. 여름에는 수면 공간의 온도를 낮추는 쿨링 침구와 침실 환경을 제안했다. 한국 조사 응답자 3명 중 1명이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선호하는 수면 보조 수단으로 꼽았다는 조사 결과도 제품 제안의 근거로 활용했다.

 

매트리스 하나가 아니라 침구, 온도, 조명, 침실 배치까지 수면 환경 전체를 상품과 연결하는 전략이다.

 

수면업계의 경쟁 기준은 이미 ‘얼마나 푹신한가’에서 한 단계 넘어가고 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수면 유형을 확인하고, 체형에 맞는 매트리스를 고르고, 침대가 심박 등 신체 데이터를 읽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침실의 온도와 생활 습관까지 브랜드가 다루기 시작했다.

 

공통점도 있다. 소비자가 직접 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시몬스에서는 질문에 답해 수면 유형을 확인하고, 코웨이에서는 침대에 직접 누워 센서와 모션 기능을 경험한다. 에이스침대는 체형을 기준으로 자신에게 맞는 매트리스를 찾게 하고, 이케아는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침실 환경을 바꾸는 방법을 제안한다.

 

침대를 한 번 사고 끝나는 내구재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수면 경험’으로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수면 시장에서 제품 못지않게 데이터와 체험, 콘텐츠가 중요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