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규모가 커지고 조직이 정교해질수록 신앙인 사이의 관계가 오히려 소원해지는 현실에서, 교회가 돌아가야 할 본래의 자리는 어디일까. 또 외부의 탄압으로 교회 건물이 사라져도 신앙공동체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랜 목회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그 해답을 제시한 책이 나왔다.
김기복 가정교회연구원장이 최근 『가정교회란 무엇인가』(PDF 기준 297쪽)를 펴냈다. 저자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옛 통일교)에서 오랫동안 목회와 전도 업무를 맡아왔다. 이번 책은 2004년 출간한 『이론과 실제 중심의 훈독가정교회 이야기』를 22년 만에 오늘의 종교 환경에 맞춰 보완·개정한 것이다. 책은 가정교회의 신학적 근거와 역사적 의미부터 조직 구성, 운영 원리, 전도와 양육, 정착 방안까지 폭넓게 다뤘다.
저자가 가정교회에 다시 주목한 배경에는 가정연합의 현실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교회 성장의 정체와 신앙공동체의 결속력 약화에 더해 한국과 일본에서 겪고 있는 교단의 법적·사회적 위기를 짚으며, 외형적인 조직과 시설에 의존하는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학자 총재의 지도력과 국제 평화활동에도 주목한다. 교단이 안팎의 위기를 겪는 가운데서도 한 총재가 천일국 실현의 비전을 이어왔으며, 각국 전·현직 정상과 각계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월드서밋을 통해 세계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모색해왔다고 평가한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교회 건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가정에서 말씀을 나누고 이웃을 돌보는 작은 신앙공동체를 세우는 것이다. 중앙 조직에만 의존하기보다 신앙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사랑의 실천으로 공동체를 지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책의 사상적 토대는 문선명 총재의 가정교회 운동에 있다. 문 총재는 1970년대 후반부터 가정교회, 곧 홈처치(Home Church) 운동을 강조했다. 1981년에는 가정교회를 “천국의 열쇠”라고 했으며, “내가 남겨 주는 보물”이라고도 표현했다. 저자는 이러한 말씀을 바탕으로 가정교회를 하나님 나라의 이상을 일상에서 구현하는 신앙공동체로 해석한다.
특히 가정교회를 기존 지역교회와 경쟁하거나 이를 대체하는 조직으로 보지 않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역교회가 목회와 교육, 공동체 전체의 방향을 담당한다면 가정교회는 신앙인들의 일상에 밀착해 말씀과 사랑을 실천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두 공동체가 상호 협력할 때 교회 전체의 건강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제1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서는 변화하는 사회와 종교 환경 속에서 가정교회의 필요성을 살핀다. 제2부 ‘가정교회의 이론과 실제’는 가정교회의 정의와 조직, 지도자의 역할, 모임 운영, 전도와 양육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제3부 ‘가정교회 이야기’에는 저자가 연구와 활동 과정에서 정리한 글들을 담았다.
실천 방안도 상세하다. 저자는 처음에는 여섯 가정 정도로 소그룹을 시작해 구성원이 늘어나면 새로운 가정교회로 분가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지도자에게는 설교 능력보다 구성원을 사랑하고 돌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비전 공유와 지도자 교육, 실제 운영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정착 계획도 제시했다.
가정교회 운동을 추진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숨기지 않은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저자는 과거 일부 가정교회 활동이 지역교회와 갈등을 빚거나 충분한 교육 없이 추진됐던 문제를 지적한다. 가정교회장 임명이나 조직 확대도 중요하지만, 실제 운영에 필요한 교육과 지원 체계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교회장은 목회자뿐 아니라 일반 평신도도 맡을 수 있다. 다만 가정교회 운영과 지도력에 관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하며, 설교나 교육 능력보다는 구성원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섬기는 헌신과 책임감이 중요하다.
이번 출간에는 종교계 인사들의 추천도 이어졌다. 송용천 가정연합 한국협회장은 가정교회를 말씀과 참사랑을 실천하는 신앙공동체로 평가하며 “가정이 살아야 교회가 살아나고, 교회가 살아야 세상을 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진우 대한민국 기독교성직자협의회 공동의장(목사)은 “이 책의 미덕은 이론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며 교단과 신학의 차이를 넘어 가족 같은 작은 신앙공동체를 회복하려는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했다. 한국불교 태고종 제26대 총무원장을 지낸 편백운 스님도 “거창한 조직이나 형식보다, 가정이라는 가장 작고 친밀한 자리를 통해 이웃을 품고 서로를 돌보자는 뜻이 책 전편에 흐른다”고 평가했다.
저자인 김 원장은 가정연합 강원도 영월·화천교역장과 협회 전도국을 거쳐 천주평화연합(UPF),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등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평신도 입장에서 가정교회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가정교회 운동이 특정 지도자나 조직만의 과제가 아니라 신앙인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후원자를 대상으로 배포하는 PDF 전자책이다. 열람 방법은 저자에게 직접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