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안 기뻤겠습니까?”…금메달 따고 ‘군 면제’ 외친 선수들, 시민 반응은 [29면]

아시안게임 금메달 뒤 ‘군 면제’ 발언 후폭풍
“선수 경력 단절 우려” vs “특례 축소해야”
정부·정치권도 병역특례 축소·폐지 추진

세계일보 신규 유튜브 코너 <29면>은 지면 너머의 현장을 포착하는 콘텐츠다. 기사 한 줄로는 다 전하지 못한 사실부터 미처 묻지 못한 질문, 직접 가봐야 알 수 있는 현장의 이면까지 텍스트 너머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기록한다.

 

병역특례 제도와 관련해 박승수(왼쪽부터), 손흥민, 이기혁 선수의 사진을 편집한 이미지. 변하윤 인턴기자

 

“손흥민 선수는 금메달 따고 안 기뻤겠습니까? 선수들의 행동은 너무 철이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에이징 커브가 오면 선수 생활하기 힘들잖아요. 훈련의 연속성이 끊기면 안 되니까 병역특례를 인정해 줘야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의 병역특례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선수들이 금메달 획득 직후 병역 혜택을 강조한 것을 두고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병역특례 제도 자체의 필요성을 놓고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한국 U-23 대표팀은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우승 직후 일부 선수들의 언행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입대를 앞둔 대표팀 주장 이기혁은 인터뷰에서 “군대 안 간다”며 기쁨을 표현했고, 양민혁도 메달이나 트로피보다 병역 혜택이라는 보상을 바라보고 뛰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박승수는 이른바 ‘전역모’를 착용하고 승리를 자축하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도마 위에 올랐다.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선수들이 1대0 승리 후 금메달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일부 선수들의 발언과 행동을 두고 국가대표로서 거둔 성과보다 개인에게 돌아가는 병역 혜택을 지나치게 앞세웠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 용산역 앞에서 만난 김현수(23)씨는 “선수들이 너무 철이 없었다”며 “아시안게임의 목표가 군 면제가 아니라 사실 나라의 대표로서 나가서 싸우는 경기인데 병역 혜택만을 강조한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까지 배구 선수로 활동한 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이윤성(26)씨도 “국가의 위상을 올렸기 때문에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지만, 그 혜택이 목적이 되는 경기가 되면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변하윤 인턴기자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국위선양에 기여한 선수들이 군 복무 대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1973년 도입됐다. 현재는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가 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된다.

 

흔히 ‘군 면제’라고 부르지만 병역 의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4개월 동안 자신의 종목에서 활동하면서 544시간의 공익복무를 이행해야 한다.

 

​군복을 입은 장병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선수들의 언행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제도의 유지·축소 여부를 놓고는 시민들의 의견이 갈렸다.

 

김씨는 “군 복무로 20대 선수 생활에 공백이 생길 경우 경기력과 커리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고, 유지인(35)씨도 “훈련의 연속성이 끊기면 안 된다”며 병역특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범수(32)씨는 “올림픽처럼 규모가 큰 대회는 특례 혜택을 유지하되, 아시안게임에서는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신수빈(24)씨는 일정 기간 군 복무를 하도록 하되, 금메달에 대한 보상은 상금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편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취임 2주 만에 첫 국정감사에 나선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7일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서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체육계와 예술계 의견도 수렴하고 국방부, 병무청과 협의해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병역특례 기준을 폐지하는 법안도 국회에 발의되면서 제도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메달의 영광과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란, 시민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다양한 목소리와 병역특례 제도의 역사는 세계일보 유튜브 <29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