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74번째 생일을 맞아 그의 절친으로 꼽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82) 전 독일 총리가 푸틴 사저를 방문한 사실이 전해졌다. 슈뢰더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에도 친(親)러시아 행보를 계속해 독일 정부가 전직 총리들에게 부여하는 각종 특권마저 박탈 당한 인물이다.
8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실 크레믈궁은 푸틴의 생일인 전날(7일) 마침 모스크바에 체류하고 있던 슈뢰더가 푸틴의 사저 초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크레믈궁은 슈뢰더를 “푸틴 대통령의 옛 친구”라고 부르며 두 사람이 만나 악수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크레믈궁은 푸틴의 슈뢰더 초대가 사전에 예정된 일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러시아 대형 유통업체 이사로 취임한 슈뢰더가 모스크바 출장 중이란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푸틴이 갑자기 사저 초청 의사를 밝히자 슈뢰더가 이에 응했다는 것이다. 슈뢰더는 전에도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 가스프롬 이사를 맡은 적이 있다.
한때 독일 사회민주당(SPD) 대표였던 슈뢰더는 1998년 총리에 올라 2005년 기독민주당(CDU) 앙겔라 메르켈 대표에게 자리를 넘길 때까지 7년 넘게 재임했다. 2000년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에 당선된 뒤 두 사람은 금방 친해졌다. 양자 정상회담이나 각종 국제회의에서 슈뢰더와 푸틴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밀담을 나누는 광경이 종종 목격됐다.
슈뢰더가 총리를 그만둔 뒤에도 둘의 우정은 지속됐다. 푸틴은 슈뢰더에게 현직 국가 정상 못지않은 예우를 베풀었다. 또 슈뢰더가 러시아 기업들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후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대(對)러시아 제재에 돌입한 뒤에도 슈뢰더는 친푸틴·친러시아 행보를 거두지 않았다. 독일 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엄중히 경고했지만 슈뢰더는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었다. 결국 정부는 슈뢰더가 전직 총리로서 누리던 모든 특혜를 박탈해 버렸다.
지난 5월 푸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해 슈뢰더가 중재자로 나선다면 EU의 협상 참여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EU는 슈뢰더와 푸틴의 위험한 ‘유착’을 들어 이 같은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