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호 드림어스컴퍼니 이사 “음악에서 공연·MD까지… 팬에게 온전한 경험 전해야”

“음악은 팬과 아티스트가 만나는 첫 접점입니다. 공연장에서 직접 만나고, MD를 손에 쥐고, 팬 플랫폼에서 소통하는 경험까지 이어져야 팬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드림어스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고진호(47) 드림어스컴퍼니 IP사업부문장 겸 이사는 음악 사업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에게 음원 발매는 하나의 사업이 끝나는 지점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앨범을 기획할 때부터 공연과 MD, 팬 플랫폼, 홍보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이 같은 생각에 이른 데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 양쪽을 모두 경험한 이력이 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밴드 활동을 시작한 고 부문장은 대학 시절 4인조 밴드 ‘그러나’에서 베이스와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후 아내인 작곡가 김혜원과 함께 레게 밴드 ‘수염공화국’에서도 활동했다.

 

음악 산업에 뛰어든 뒤에는 CJ ENM에서 음악 투자 업무를 맡았고, C9·플레디스·KQ엔터테인먼트 등 기획사에서는 아티스트의 음악과 콘텐츠를 제작했다. 현재는 드림어스컴퍼니에서 다시 투자와 사업을 아우르는 IP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음악을 만들던 입장에서 음악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하는 일을 했고, 이후에는 투자를 받는 제작사의 입장도 경험했다”고 돌아봤다.

 

제작 현장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아티스트와 음악을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유통, 공연, MD, 팬 플랫폼 등 분야별 사업자와 각각 협의하다 보면 제작자와 아티스트가 정작 콘텐츠에 집중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아티스트와 밤새 이야기하며 팬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어떤 선물을 드릴지 고민하고 싶어도 막상 제작 현장에서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여러 사업 파트너와 깊이 소통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가수와 제작사 관계자가 함께 이야기할 시간이 줄어들더라고요.”

 

고 부문장이 드림어스컴퍼니에서 추진하는 것도 이런 구조의 변화다. 음악 유통과 공연, MD, 팬 플랫폼 담당자가 각자의 사업만 따로 보는 대신 기획 단계부터 한자리에 모여 아티스트의 음악을 어떻게 팬에게 전할지 함께 논의하도록 했다. 제작자와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색을 지키며 창작에 집중하고, 나머지 사업은 드림어스컴퍼니가 조력자로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공연 담당자는 공연을, MD 담당자는 상품을 먼저 볼 수밖에 없다”며 “처음부터 같은 방향을 놓고 대화하면 각자 따로 일할 때는 떠올리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했다.

 

고 부문장은 MD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했다. 음반을 사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포장을 뜯고 싶어 하던 세대인 만큼 처음에는 음악 외 상품의 가치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팬으로서 공연장에서 아티스트를 만나고, 그날의 기억이 담긴 물건을 간직하면서 MD가 팬과 가수를 잇는 또 다른 매개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고 상품을 많이 만드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제작비와 판매가, 최소 주문 수량만 생각하면 비슷한 상품을 계속 찍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앨범의 가사와 이미지, 공연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께 살펴야 팬에게 의미 있는 MD가 나올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상품 생산에 대한 팬들의 우려와 환경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시장에서는 명확한 기획과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온라인으로 세계가 가까워진 것처럼 보여도 실제 공연과 사업 현장에서는 언어·문화의 차이부터 장비와 운영 문제까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아티스트가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히 하되, 현지 팬이 받아들이는 방식에 맞춰 전달 방법을 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외 팬을 하나의 취향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르별로 반응이 두드러지는 국가가 다르고, 같은 K팝이라도 남미와 북미 팬이 끌리는 음악적 요소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멜로디와 리듬, 현지 문화의 접점을 세밀하게 살피면서도 아티스트가 전하려는 중심 메시지는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각 시장에 맞춰 표현 방식을 조정하되 음악의 정체성까지 바꾸지는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고 부문장이 꼽는 K팝의 매력은 음악 자체의 완성도와 팬 경험의 연결에 있다.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와 중독성 있는 구성, 힘을 주는 메시지가 음악을 다시 듣게 만들고, 공연과 MD, 팬 플랫폼에서 쌓인 기억은 그 음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MD를 볼 때 노래가 떠오르고 팬 플랫폼에서 나눈 이야기가 공연의 순간과 겹쳐지는 경험이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깊게 한다고 설명했다.

 

홍보 역시 콘텐츠 제작이 끝난 뒤 광고를 집행하는 일로만 보지 않는다. 그는 “만드는 사람이 이 음악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왜 팬에게 들려주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며 “좋은 선물을 주변 사람에게 권하듯 음악의 매력을 전하는 것이 홍보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고 부문장이 그리고 있는 드림어스컴퍼니의 역할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대신 결정하는 회사가 아니다. 그는 “드림어스컴퍼니는 아티스트와 제작사가 자신들의 색을 지키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그 음악이 공연과 MD, 팬 플랫폼을 거쳐 팬에게 온전한 경험으로 닿도록 돕는 파트너”라며 “아티스트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