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발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낸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대만 사업장이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다. 100% 가까운 찬성률로 파업권을 확보한 대만 타오위안 사업장 노동조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처럼 실적과 연동한 성과급 제도, 즉 N% 성과급을 달라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9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론 대만 타오위안 사업장 노조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99.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투표 대상 조합원 2258명 중 2012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1994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14표, 무효는 4표였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산정 기준과 이익 배분 방식이다. 노조는 기존 성과급 제도의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며 영업이익의 15%를 직원들에게 배분하는 상시 이익공유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회사 실적과 연동한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비교 대상으로 제시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노사 합의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했다. 지난 7일에는 구체적인 지급 기준을 공개하고 내년 3월 말~4월 초 자사주 지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는 PS 지급 비중을 현금 50%, 주식 50%로 조정하는 데 합의했다.
마이크론 역시 지난달 실적 개선에 따른 보상안으로 대만 직원들에게 100만 대만달러(약 4400만원)의 특별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노조는 일회성 보상보다 회사 실적에 연동해 일정 비율의 이익을 배분하는 제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미국 현지시간 8~9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협상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추가 행동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일정을 통보하는 기습 파업도 선택지로 거론했다.
노조는 19일 직원들의 휴가 사용을 독려해 타이베이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직원들의 우려를 인식하고 있으며 노조와 대화 및 조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마이크론의 노조가 들고 일어선데는 최근 글로벌 AI훈풍을 타면서 마이크론이 기록한 역대급 실적이 있다. 올해 회계연도 4분기 기준 마이크론의 분기 매출은 542억3000만 달러(약 73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79% 급증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82%의 초고수익성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대만사업장의 파업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만은 마이크론의 주요 D램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거점이다. 타오위안과 타이중 사업장 노조가 현지 직원의 80% 이상을 대표하고 있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생산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8%로 1위, SK하이닉스가 25%로 2위다. 마이크론은 24%로 SK하이닉스와의 격차가 불과 1%로 SK하이닉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