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가 보내는 신호/안영인/크레파스북/1만6000원
바다는 늘 같은 모습인 듯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변한다. 수온이 오르고, 낯선 물고기가 나타나며, 해조류가 사라진다. 바다에도 폭염이 찾아온다. ‘동해가 보내는 신호’는 동해에서 일어나는 이런 변화를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담론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식탁과 일자리, 안전의 문제로 풀어낸 청소년 바다·기후 교양서다.
기상·기후·과학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저자는 수온과 파도, 산소와 pH, 생물의 이동 등 다양한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동해의 변화를 살핀다. 해양열파, 용존산소, 산성화처럼 어려운 과학 용어도 피하지 않는다. 앞으로 바다의 변화를 이해하려면 필요한 과학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념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우리의 생활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징어다. 오징어가 머무는 수온대가 달라지면 어장도 이동한다. 어민들은 더 먼 바다로 나가야 하고 조업시간과 연료비가 늘어날 수 있다. 날씨 변화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져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바닷물의 변화가 결국 어민의 노동과 식탁의 풍경까지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위판장에 낯선 물고기가 나타나는 현상도 주목한다. 한두 차례의 출현은 우연일 수 있지만 같은 계절과 해역에서 반복된다면 생물의 분포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 어떤 생물은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고, 기존 생물은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 움직인다.
해조류가 사라지는 ‘갯녹음’은 바닷속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바다숲은 어린 물고기와 여러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다. 책에 따르면 2010년과 2019년 조사자료를 종합했을 때 우리나라 연안 조사 대상 암반의 33.6%에서 갯녹음이 나타났으며, 동해에서는 48.3%에 달했다.
바다의 변화는 육지의 변화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주의가 필요하다. 해양폭염은 물고기의 이동과 해조류의 성장, 양식업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해수면 상승은 갯벌과 해안의 모습을 바꾼다. 저자가 관측과 기록을 강조하는 이유다. 어느 항구에서 어떤 어종이 줄었는지, 어느 해변에서 침식이 반복되는지 꾸준히 기록해야 변화가 대응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동해가 보내는 신호’는 기후변화를 막연한 공포로 전달하기보다 바다를 관찰하고 질문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동해의 변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먹는 생선과 오징어, 바닷가의 일자리와 지역의 안전에 이미 닿아 있다. 바다의 신호를 읽는 일은 결국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읽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