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검증은 가고 쇼츠만 남나…국감 첫주 '막말·고성' 얼룩

법사위 '인간이 되세요' 설전…외통위는 탈북민 발언 중 '웃음' 논란
재경위 등은 피켓 놓고 공방…전문가 "더 자극적 발언 위한 장으로 변질"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감사가 9일로 1주 차 일정을 마친 가운데 초반부터 막말, 고성, 피켓 시위 등으로 얼룩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 기조와 세부 정책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충돌한 것이다.



강성 지지층만을 바라본 극단의 대결 정치가 국감장을 무대로 펼쳐지면서 정책 검증은 사라지고 쇼츠 영상물만 남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중지된 뒤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이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게 본인에 대한 발언권 정지에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감에 돌입한 상임위원회 중 여야가 가장 세게 맞붙은 전장이었다.

 

지난 6일 법사위의 첫 국감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증언하라는 더불어민주당과 관례대로 이석하라는 국민의힘 간 충돌을 시작으로 설전이 계속됐다.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은 "부엉이바위 진실을 하나 만듭시다"라고 말했다.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주장과 관련된 발언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인간이 되세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한 번도 사람인 적이 없어"라고 비판했고, 김태규 의원은 "수준하고는. 네가 인간이 되세요", "부엉이바위에 긁혔어"라며 응수했다.

오후 국감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서영교 법사위원장의 의사 진행 방식을 두고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조직폭력배"(서영교), "여자 깡패"(박형수)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서 위원장은 국감 내내 "조용히 하세요", "가만히 계세요", "그만 하세요"를 되풀이했고, 김태규·박형수 의원의 발언권을 제한하기도 했다.

전날 국감에서는 서 위원장의 발언 시간을 두고 거친 설전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서 위원장의 발언 시간이 많다는 취지로 "6인분을 한 분이 드셨다"고 말했고, 서 위원장은 "모욕적"이라며 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쇼츠 조회수 올리고 그다음에 후원금 구걸하고 있다"(김용민), "그러니까 인간이 되라는 말을 듣는 것"(박균택), "시건방지게"(김태규) 등의 거친 표현이 등장했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피켓 시위로 한때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국감에서 '미래 망치는 미래대응기금 철회하라' 등의 피켓을 좌석 노트북에 부착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 소속 조승래 재경위원장의 피켓 제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국감은 약 30분 지연됐다. 여야 간사 간 협의로 국민의힘은 결국 피켓을 제거했다.

농해수위 국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농민 몰아내서 결국 태양광이냐'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면서 한때 회의가 중단됐다.

국감장 등에서의 피켓 부착 논란은 과거 민주당이 야당일 때도 벌어지는 등 국감 때마다 도돌이표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과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이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게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에 대한 발언권 정지와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는 정부·여당 인사들이 야당 의원 질의에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탈북민 출신인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통일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탈북민 북송 회유' 의혹 관련 제보에 대해 질의하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민주당 의원들이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이에 격분한 박 의원이 "이게 웃기는 얘기인가"라고 따지자, 민주당 의원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홍기원)·"생리현상은 제어하기 어렵다. 상대방 표정 감시하지 말라"(정청래)고 맞받으면서 양측의 언쟁은 반말·고성 섞인 충돌로 번졌다.

박 의원이 통일부가 '북향민' 용어 사용을 철회하지 않으면 정 장관을 '북동영 장관'이라고 부르겠다고 하면서 고성도 오갔다.

교육위에서는 영화 암살자(들)의 학생 단체관람을 두고 충돌이 벌어지던 중 국민의힘 소속 김희정 교육위원장이 혁신당 강경숙 의원의 마이크를 끄면서 여야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정감사가 정부를 견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수십 년 동안 반복됐다"며 "최근 유튜브 '쇼츠'를 의식하는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국정감사가 더 자극적이고, 센 발언을 위한 장으로 변질되는 정도가 심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관옥 시그널정치연구소 소장은 "이른바 '도파민의 시대'라고 하지 않나"라며 "정치인들도 대중의 수요에 편승하지 않으면 이목을 끌 수 없으니 상승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국감은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의 시간"이라며 "국민감정을 자극할 말보다는 이성과 논리로 국정을 깊이 감사하는 것이 야당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