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주문 누가 하나 했더니…홈쇼핑, 시니어 상담 확대

홈쇼핑 업계가 전화 주문을 더 쉽게 바꾸고 있다. 고령 고객이 안내를 놓치거나 상품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구매를 포기하지 않도록 말하는 속도를 늦추고, 어려운 용어는 익숙한 표현으로 풀어 설명하는 방식이다.

 

롯데홈쇼핑 제공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된 전체 쇼핑 시장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9월 발표한 ‘2026년 7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 25조954억원 가운데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19조5716억원으로 78.0%를 차지했다. 온라인에서 거래된 금액 10원 가운데 약 8원이 모바일을 거친 셈이다.

 

홈쇼핑은 사정이 다르다. 앱 주문을 확대하면서도 전화와 자동응답시스템(ARS)에 익숙한 고령 고객을 놓칠 수 없어서다. 상담 속도를 낮추고 어려운 상품 설명을 쉽게 바꾸는 식으로 기존 주문 채널을 다시 손보고 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2024년 4월 75세 이상 회원을 대상으로 시니어 전용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해당 고객이 전화로 주문하면 전담 상담사로 연결되고 주문뿐 아니라 배송과 반품 등의 문의도 상담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5세 이상 고객의 주문 전환율은 서비스 도입 첫해인 2024년 같은 기간보다 7% 이상 높아졌다. 상담사와 통화한 고객 가운데 실제 주문까지 마친 비율이다.

 

같은 기간 고객 만족도는 2024년보다 11% 높아졌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4% 상승했다. 시니어 전용 상담 건수도 전년 동기보다 5% 증가했다.

 

상담 방식부터 일반 상담과 다르다. 상담사는 평소보다 천천히 말하고 외래어나 전문용어는 고령 고객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바꿔 설명한다. ‘오버핏’은 몸에 달라붙지 않고 넉넉하게 입는 옷으로, ‘스트레치 원단’은 잘 늘어나는 원단으로 설명하는 식이다. 안부나 날씨 이야기를 곁들여 고객이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활용한다.

 

시니어 상담의 역할도 단순히 주문 버튼을 대신 눌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방송에서 빠르게 지나간 상품의 크기와 소재, 기능을 구매 전에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 8월부터 시니어 고객의 전화 주문 과정을 손봤다. 회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객 주문의 절반가량이 ARS를 통해 이뤄진다. 이에 음성 안내부터 상담, 주문, 결제까지 전 과정을 고령 고객이 이용하기 쉽게 바꿨다.

 

ARS 음성합성 안내 속도는 기존 0.9배속에서 0.8배속으로 낮췄다. 상품 정보와 카드사명, 은행명, 결제금액 등을 이전보다 천천히 전달한다.

 

상품과 결제수단, 배송지를 고르는 주요 단계에는 ‘느린말 서비스’를 적용했다. 안내 내용을 놓쳤을 때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주요 ARS 메뉴에 다시듣기 기능도 넣었다. 서비스 도입 전 고객평가단 의견을 받아 안내 속도와 적용 구간도 조정했다.

 

ARS 이용 중 상담원 연결을 선택하면 별도 교육을 받은 전문 상담원이 이어서 응대한다. 상품 선택이나 주문 저장 전에 전화를 끊은 고객에게 다시 연락해 주문을 돕는 ‘포기고객 케어’도 운영 중이다.

 

서비스 도입 초기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도입 후 한 달간 70대 이상 고객의 주문 완료율은 이전보다 1.2% 높아졌다. 롯데홈쇼핑은 전체 전화 상담 인력의 10% 수준인 40명을 시니어 전문 상담원으로 배치했다.

 

전화 주문은 모바일 쇼핑이 대세가 된 시장에서 오래된 방식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홈쇼핑에는 여전히 전화와 ARS가 편한 고객이 적지 않다. 업계가 앱으로 고객을 옮기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기존 전화 주문을 더 천천히 듣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꾸는 이유다.

 

주문을 많이 받는 것만으로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상품 설명을 충분히 이해한 뒤 구매했는지, 실제 반품이나 고객 불만까지 줄었는지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다만 홈쇼핑의 전화 상담이 단순한 주문 접수 창구에서 상품을 이해시키는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