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익숙한 음식을 새롭게 재해석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잘 익은 깍두기를 볶아 반찬으로 만들고, 서울 동대문의 대표 음식인 닭한마리를 라면으로 구현하는 식이다. 양곱창 전문점에서 식사 마지막에 먹던 볶음밥도 가정간편식으로 출시됐다.
기존 음식에 새로운 조리법을 적용하거나 외식 전문점의 메뉴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상품화한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맛을 유지하면서 조리와 보관의 편의성을 높여 새로운 수요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상 종가와 오뚜기, 신세계푸드 등 주요 업체들이 김치와 라면, 볶음밥을 중심으로 기존 메뉴의 맛과 조리 방식을 바꾼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는 지난 6일 잘 익은 깍두기를 볶아 만든 신제품 '볶음깍두기'를 출시했다. 배추김치 중심의 김치 소비가 갓김치와 파김치, 깍두기 등으로 세분화되는 흐름에 맞춰 별미김치 제품군을 확대한 것이다.
볶음깍두기는 숙성된 종가 깍두기를 볶아 새콤달콤한 맛과 아삭한 식감을 살린 제품이다. 무와 고춧가루, 대파, 마늘 등 주요 농산물은 모두 국내산을 사용했다. 여기에 들기름을 넣어 고소한 맛을 더했다.
활용 범위도 넓혔다. 밥과 함께 반찬으로 먹는 것은 물론 볶음밥이나 주먹밥, 유부초밥 등에 넣을 수 있다. 라면이나 도시락에 곁들여 먹기에도 적합하도록 구성했다.
특히 1인 가구와 직장인을 겨냥해 제품 용량을 80g으로 줄였다. 별도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으며 실온 보관도 가능하다. 냉장 보관이 어려운 여행이나 출장, 캠핑 등에서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판매는 편의점부터 시작해 주요 온라인 유통 채널로 확대한다. 기존 깍두기에 볶음 조리법을 더하고 소용량 포장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을 낮춘 셈이다.
오뚜기는 서울 동대문의 대표 외식 메뉴인 닭한마리를 라면으로 재해석한 '동대문식 닭한마리 칼국수'로 국내 소비자와 방한 외국인 관광객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지난 7월 출시된 이 제품은 진한 닭육수에 개운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더하고 쫄깃한 칼국수 면발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여러 명이 식당에서 끓여 먹던 닭한마리의 맛을 봉지라면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초기 판매 실적도 긍정적이다. 오뚜기에 따르면 지난 8월 제품 매출은 출시 첫 달인 7월보다 40%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는 8월 전체 봉지라면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특정 점포의 한 달간 판매 실적이지만, 한국의 지역 음식에서 착안한 제품이 관광객 밀집 상권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오뚜기는 한국 여행 중 접한 닭한마리의 맛을 간편하게 즐기려는 소비자 수요가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앞으로도 한국의 지역 음식에 관심을 갖는 국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 홍보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는 한우양곱창 전문점 '우정 양곱창'과 협업해 볶음밥 간편식 '우정특양밥'을 출시했다. 양곱창을 먹은 뒤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 전문점의 식사 방식을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상품화한 제품이다.
우정특양밥은 쫄깃한 소 특양과 아삭한 깍두기를 넣고 들깻가루와 들기름을 더했다. 손질하기 번거로운 특수부위와 볶음밥 재료를 별도로 준비할 필요 없이 전문점의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앞서 신세계푸드는 지난 7월 우정과 손잡고 '한우스지된장전골'과 '특우개장'을 선보였다. 한우스지와 곱창, 홍창 등 특수부위를 활용한 두 제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합산 누적 판매량 1만4000봉을 넘어섰다.
신세계푸드는 이 같은 초기 판매 성과를 바탕으로 협업 제품군을 볶음밥까지 확장했다. 전골과 국물 요리에서 식사 메뉴로 상품 범위를 넓힌 것이다. 신제품은 쿠팡 등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풀무원식품도 지역별 떡볶이의 특징을 살린 냉장 간편식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 출시한 '식감혁신 본격 떡볶이' 2종은 '쌀떡볶이 마포식'과 '밀떡볶이 선릉식'이다. 같은 떡볶이라도 떡의 종류와 식감, 양념을 달리해 소비자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은 떡의 식감이다. 풀무원은 반죽을 높은 압력으로 두 차례 뽑아내는 특허 기술인 '이중 압출 공법'을 적용했다. 반죽 내부의 기공을 작고 균일하게 만들어 탄력과 찰기를 높이는 방식이다.
여기에 전문점 스타일의 양념을 조합해 집에서도 떡볶이를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떡볶이 메뉴를 쌀떡과 밀떡으로 세분화하고 지역 이름을 제품명에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풀무원은 떡의 식감을 앞세워 냉장 떡볶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식품업체들이 내놓은 신제품은 종류는 다르지만 기존에 소비자가 알고 있던 음식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상은 깍두기에 볶음 조리법을 더하고 소용량 제품으로 만들었다. 오뚜기는 동대문 닭한마리를 봉지라면으로 옮겼고, 신세계푸드는 양곱창 전문점에서 먹던 볶음밥을 간편식으로 출시했다. 풀무원은 쌀떡과 밀떡의 식감 차이를 앞세워 떡볶이 제품을 세분화했다.
판매 전략에도 차이가 있다. 대상은 1인 가구와 야외 활동 수요를 겨냥해 보관과 휴대 편의성을 높였다. 오뚜기는 한국의 지역 음식에 관심이 높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소비층을 넓혔다. 신세계푸드는 외식 전문점과의 협업으로 제품의 맛과 차별성을 강조했다.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음식은 새로운 제품을 선택할 때 맛을 예상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업체들은 이런 친숙함을 바탕으로 조리 부담을 줄이거나 기존 음식에 새로운 식감을 더하는 방식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판매 성과도 일부 확인되고 있다. 오뚜기의 닭한마리 칼국수는 8월 매출이 전월보다 40% 늘었고, 신세계푸드가 앞서 출시한 우정 협업 간편식 2종도 일주일 만에 1만4000봉 이상 판매됐다.
김치부터 라면, 떡볶이, 볶음밥까지 익숙한 메뉴를 다시 상품화하는 경쟁이 이어지면서 가정간편식의 선택지도 한층 넓어지고 있다.